<인터뷰>“대본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몰입”

지난 2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 KBS 2TV ‘꽃보다 아름다워’ 야외 촬영현장에서 만난 김흥수(21)의 목소리는 예상외로 나직하고 느릿느릿했다. 숫기가 없어 처음보는 사람들 앞에선 쉽사리 말도 잘못꺼낸단다. 놀기 좋아하는 껄렁껄렁한 술집 삐끼 ‘재수’의 모습은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하지만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솔직함이 있고, 21세의 풋풋한 순진함이 있었다.

“사람들이 절 보면 보통 ‘실제는 많이 다르시네요’라고 말씀들 하세요. 원래 내성적인 구석이 좀 있는 편이에요. 하지만 알고 보면 ‘재수’도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가슴 속에는 평생 간직한 아픔과 응어리가 있는 인물이잖아요.”

또다른 오해 하나는 그를 신인배우나 코미디언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1999년 ‘학교2’로 데뷔한 지 6년이나 되는 배우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거의 없다. 사실 그가 맡은 ‘재수’ 역시 노희경 작가가 당초 류승범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설정한 배역. 류승범이 타 방송사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바람에 김흥수가 대타로 기용됐지만, 오히려 노 작가가 ‘일생일대의 발견’이라고 격찬할 정도로 그는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대본이 너무 좋아 저 아닌 누가 했어도 저보다 잘 했을 거 같아요. 제가 연기하면서 다시 이런 대본을 받아 연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도 연기가 너무 뛰어나 전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될 정도예요.”

드라마가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점점 실생활 속의 그도 ‘재수’를 닮아가고 있었다. 특히 촬영 때는 물론 밖에서도 고두심을 보면 “엄마”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좀 전에 점심도 ‘엄마’가 사주셨는걸요. 살갑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말이 나와요.” 마찬가지로 촬영장 밖에서도 배종옥은 ‘미옥 누나’, 한고은은 ‘미수 누나’가 자연스럽단다.

기대 이상의 호연에 ‘연기자’ 김흥수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지만 그는 연기에 아쉬운 면이 많다고 겸손해 한다. 가족간의 사랑 부분은 연기도 편했고 잘 표현됐는데 추소영 등과의 멜로 부분 연기는 아무래도 힘들고 어색하기만 했다는 것. 드라마가 끝나가면서 좋은 대본, 마음맞는 선배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도 아쉽기 그지 없다.

‘꽃보다…’가 끝나면 그는 SBS TV의 실험단막극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한 회분 촬영을 마지막으로 당분간 휴식에 들어갈 생각이다. 몇년째 휴식없이 지친 몸을 추스르는 동시에 이 드라마를 통해 새로 눈뜬 자신의 연기에 대해 돌아볼 시간을 갖보겠다는 계획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다른 또래 연기자들보다 재능이나 끼가 있는 편은 아닌 거 같아요. 특별히 잘 생긴 편도 아닌 것 같고요. 그래도 연기가 너무 즐겁고 하고 싶은데 어쩌겠어요. 끈질기게 연구하고 노력하는 수밖에요.”

김남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