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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신우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04년 04월 28일(水)
매스컴 감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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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선배.

오랜만에 불러봅니다. 요즘 바쁘시겠군요. 선배의 인자한 미소가 겹쳐져서인지 늘 고생만 하는게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민주노동당이 국회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벌써 의회 연단에 서서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라고 속삭이는 모습이 연상돼 혼자 웃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때아니게 안부를 묻는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얼마전 민노당 정책설명에서 신문·방송개혁을 논하면서 소유지분제한 등 정기간행물법 개정을 주장하시더군요.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제가 집안 사정으로 5월초에 이사를 갑니다. 그런데 이 기회에 새로 결심한게 있습니다. 오랫동안 구독해오던 중앙일보 대신 평생 비판해온 조선일보로 바꾸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앙일보가 예전과 달리 논조가 흔들리고 뒤로 빠지려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개인적 판단 때문입니다. 주변 환경이 껄끄러워진 것인지 아니면 보다 깊은 뜻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번째는 우리 사회 일부 세력의 조선일보 몰아내기 움직임이 완전히 ‘캥거루 코트(인민재판)’ 수준에 도달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비이성적 행태가 심각합니다. 우리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겠죠.

일부 세력의 조선일보 공격은 독특한 패턴을 보입니다. 공정성 훼손에 대한 감시나 논조 비판보다는 타깃을 단일화해서 폭격의 강도를 극대화하려 합니다. 동아일보나 타 신문이 아무리 강경 발언을 해도 일절 침묵입니다. 대신 조선일보만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조선일보만 무너지면 이 나라의 보수는 토대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전략적 판단없이는 불가능한 행동입니다.

특히 일부 시민단체와 TV방송의 조선일보 공격 수법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조선일보를 보는 듯합니다. 거두절미의 사실왜곡, 은폐, 선동, 심판 안보는데서 눈찌르기, 동의할 때까지 잠안재우기 등 과거 조선일보의 ‘체세포 복제’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80년대 중반 일본에서 공부할때 제 지도교수가 일본사회의 60년대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교수는 대학시절 공산당활동을 하다가 졸업후 보수쪽으로 선회했다고 하더군요. 당시 매스컴은 완전히 진보세력이 장악하고 있었답니다. 덕분에 보수 진영의 학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통로를 봉쇄당한채 침묵을 강요당해야만 했다는군요.

그러나 세상을 다 차지한 듯한 당시의 진보세력조차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게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입니다. 아무리 더티 플레이를 해도 사유재산권을 부정하는 짓만은 하지못했던 것입니다. 그에 반해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 너무나도 쉽사리 소유권 제한을 읊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에 대한 정면 부정 아닙니까. 시민사회의 진정한 기초는 재산권입니다.

권선배, 한가지 묻겠습니다. 민노당이 ‘사유재산의 공유화’를 주창하는 것은 그렇다 칩시다. 그렇다면 TV방송이라는 ‘공유재산의 사유화’ 행위에 대해서는 왜 듣지않고, 보지않고, 말하지 않으려 합니까. 진보의 색깔을 띠고 있으니 눈감아주자는 것입니까? 좀더 냉정해야 합니다. 선수들끼리니 터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주인이 없거나 국가지분의 매스컴 구성원들이 일제히 진보를 내거는데는 조직내 권력을 누가 장악하는가라는 중요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쯤은 잘 알고 있는 일 아닙니까.

요즘 매스컴 전문지들에는 매일같이 “수구세력-조선일보의 공세에 굴할 수 없다”는 제목이 춤추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의 공세에 굴할 수 없다는 것인지 헷갈리기만 합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수구세력이 공세적인가요? 아니면 수구세력이 돌아올 경우 여태껏 향유해온 달콤한 권력을 잃을까봐 두려운 것인가요. 연초에 언론계 원로 한분이 저에게 하신 말이 떠오릅니다. “이 나라에는 부패한 보수와 교활한 진보만이 판을 치고 있다네.”

너무 싫은 이야기를 늘어놨군요. 죄송합니다. 민노당의 건투를 빌겠습니다.

[[이신우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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