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끼요? 살리에르 같은 노력파예요” 김태우

처진 눈매, 해맑은 미소의 배우 김태우(33). 지난 97년 ‘접속’에서 전도연이 짝사랑하는 우유부단한 남자친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선량한 외모를 활용하고 극복하면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버스, 정류장’‘굳세어라 금순아’, 드라마 ‘거짓말’‘신화’‘그 여자 사람잡네’등의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왔다.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로 베를린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던 그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로 또 한번 칸 영화제 티켓을 얻었다.

요즘 그는 칸의 낭보를 즐길 새도 없이 ‘얼굴없는 미녀’의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다. 오는 7월 개봉예정인 ‘얼굴없는 미녀’는 ‘로드무비’로 평단의 찬사를 받았던 김인식 감독의 심리스릴러. 김태우가 맡은 역할은 아내를 잃은 정신과 전문의 석원이다. 아내가 자살한 뒤 병원을 그만둔 석원은 우연히 예전 환자였던 지수(김혜수)를 만난다. 경계성 장애를 겪는 지수의 상처에 다가가던 석원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

김혜수에 따르면 김태우는 “마냥 착해보여도 겪어보면 예민하고 이지적인, 오래 갈 배우”란다. 김태우는 이같은 평에 대해 “난 뭐라고 칭찬해야 되나”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다 알다시피 김혜수씨는 오픈마인드에 굉장히 쿨하고 자기 계발을 멈추지 않는 정말 멋진 배우예요. 파트너에, 감독에 전 참 인복이 많습니다.”

그가 홍상수 감독의 열혈팬인 것은 주지의 사실. 지난해초 대통령꿈을 꾸고 나서 부인으로부터 ‘존경하는 사람과 일할 운’이라는 해몽을 얻었다는 그는 이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출연섭외를 받고 ‘바로 이거였구나’싶어 무릎을 쳤단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보고 홍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서태지’라고 생각했죠. 이후로 매번 홍감독의 신작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어요. 일단 재미있잖아요. 보면서 낄낄거리다가도 ‘그래 우리가 저렇지’ 싶은 묘한 기분을 안겨주죠. 관객으로서도 홍감독의 팬이었는데 함께 작업해보니 사람은 더 좋더라고요.”

미국파 홍상수, 프랑스파 김인식 등 유달리 유학파 출신 감독으로부터 총애받는 그는 작품선택에 있어 취향을 앞세우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테니스가 취미일 때는 백핸드나 포핸드만 고집할 수 있지만, 직업선수가 그러면 안되잖아요. 개인적으로 유럽영화를 좋아하지만 작품 고를때 취향이나 특정 장르를 고집하고 싶지는 않아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만 해도 제 해석으로는 코미디 장르거든요. 물론 홍감독은 ‘그건 아니지~’했지만.”(웃음)

그는 언젠가 스스로를 ‘모차르트보다는 살리에르에 가까운 사람’이라 말한 적이 있다. “중학시절 이후로 소망한 연기자의 길을 가면서 타고난 끼도 없고, 부족한 제 자신에게 속상할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 부족함이 저의 힘이에요. 부족하니까 정말 노력을 많이 했거든요.”

하지만 시나리오 선구안, 역할의 비중에 연연해하지 않는 용기, 집중력과 성실함은 ‘스타는 있어도 배우는 드물다’는 한국 연예계에서 ‘진짜 배우’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는 “평생 가고 싶은 연기의 길위에서 단번의 도약은 없어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이수진기자 lulu@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