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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4년 05월 28일(金)
우리 민족은 왜 茶를 잃었나
금당다화(錦堂茶話)/최규용 지음/이른아침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근래 차(茶)는 건강음료로 인식돼 그런대로 음용되고 있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우리에게 대중적 차문화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차문화가 전통을 지속하고 있으나, 이것이 모두 전수된 우리 것이고 더구나 대중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 이유로 제시되는 것 중 하나가 시내에 흐르는 아무 물이나 마셔도 될 정도로 ‘좋은 물’이 지천이었던 천혜의 금수강산이 그렇지 못했던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차 문화가 일반화되지 못한 원인으로 돌려지기도 한다.

하지만 전통차와 우리 고유의 그 문화는 소중한 유산이다. 그것은 차가 지닌 미덕 때문이기도 하면서, 우리의 경우 차문화 자체가 불교와 함께 명맥을 유지해온 것이 말해주듯 수양의 한 수단으로 사랑받아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을 보면 중국의 값싼 차가 무더기로 수입되고, 일본 특유의 복잡하고 정형화된 차문화가 마치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인양 대접받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차와 전통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의 차문화/김운학 지음/이른아침

그동안 차문화에 깊은 조예를 보여온 대둔산 일지암의 여연스님과 동방차문화학회의 박희준 회장은 우리 차의 전통을 잇는 사업의 하나로 ‘다유락 선고다인 총서’를 기획하고 이번에 첫 두권을 펴냈다.

1975년에 초판본이 나온 ‘금당다화’는 토목기사 출신이면서 차 애호가로 백수(百壽)를 누린 금당 최규용(1903∼2002)의 저서다. 책에 따르면 우리의 차는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엔 불교의 융성과 함께 꽃을 피웠으나 조선시대에 크게 쇠퇴하는데 그 이유가 역사속에서 찾아진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가 전쟁의 대가로 요구해온 물품 중 엽차(葉茶) ‘200담’이 끼어 있었는데 1담의 무게는 약 50㎏에 해당되는 것으로 1만㎏의 차가 청나라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국내의 차는 바닥이 날 수밖에 없었다. 또 임진왜란 등 잇따른 전란은 차를 대중에게서 멀어지게 했고 이후 사원이나 왕가에서만 겨우 명맥을 이었을 뿐 권문세가에서조차 차를 마실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승려이자 문학평론가였던 김운학(1934∼1981)은 ‘한국의 차문화’에서 조선시대 차가 쇠퇴한 원인을 다른 측면에서 찾는다. 첫째, 한국의 생수 맛이 좋고, 숭늉과 담배, 술 등이 만연했기 때문이라는 것. 하다못해 조선 중기에는 절에서도 곡차(穀茶)라 해서 술이 접대수단이 되기도 했다. 둘째, 유교가 불교를 탄압하면서 사원에 대한 차의 공출이 과도해지자 차나무를 베어버리는 일이 성행했다는 것이다.

선승(禪僧)과 차의 관계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데, 예컨대 조선시대에 전해진 사명대사의 ‘사명다도’가 현재 일본 사원다도의 한 종파로 군림하고 있다. 불교에서 차문화가 전승돼온 것은 차의 성질과 관계가 있다. 김운학은 “고래로 차의 삼덕(三德)이라 하면 ‘좌선시 밤을 새워도 잠이 오지 않고’, ‘배가 불러도 소화가 잘돼 신기(神氣)를 가볍게 하며’, ‘성욕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고 말하는데, 차를 우려내는 절차의 정교함과 더불어 차의 이같은 효능이 불가와 인연을 깊게 했었던 것 같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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