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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04년 11월 17일(水)
한국형 보이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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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육군 대위 출신의 찰스 C 보이콧(Charles C Boycott·1832~1897)은 한 아일랜드 백작의 재산 관리인이었다. 그는 1879년 소작료 25%를 깎아 달라는 아일랜드 토지연맹의 요구를 거부했다. 소작인들이 이에 맞서 소작료를 납부하지 않자 보이콧은 이들에게 퇴거영장을 발부했다.

그러자 소작인들은 그와의 거래를 중단하는 집단 저항으로 맞섰다. 보이콧 집안에서 일하던 하인과 하녀가 철수하는 것은 물론이었고 그의 가족에겐 생필품도 팔지 않았고 우편 배달도 거부했다. 마침내 추수까지 못하게 되자 자원 봉사대와 군인들이 동원돼 어렵게 수확을 마치긴 했으나 보이콧은 마을을 떠나야 했다. 이로부터 보이콧은 불매(不買), 배척, 제재(制裁), 절교를 뜻하는 일상어가 됐다. 물론 이런 거부운동은 비폭력적이고 정당성이 확보돼야 동조자를 구할 수 있다.

보이콧은 국제 외교관계에서 자주 사용된다. 어떤 나라의 정책에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한 수단이 바로 보이콧이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미국은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대회에 불참했다. 다른 나라에도 불참을 요청한 결과 한국 일본 등 67개국이 이에 동조했다. 결국 모스크바대회는 반쪽 올림픽이 됐다. 그러자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는 소련등 동구권이 보이콧했다.

최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야당을 모욕했다고 항의받은 국무총리가 ‘사의(謝意)’라는 말로 사과의 뜻을 표시하자 야당은 그를 총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경제부총리를 총리 권한대행이라고 불렀다. 좌와 우의 대립이 ‘큰 보이콧’이라면 이런 건 ‘작은 보이콧’이다. 이처럼 크고 작은 보이콧이 요즘 한국 사회에서 대유행이다.

심한 따돌림을 뜻하는 ‘왕따’는 학교안에서 통하는 은어였으나 지금은 사회적 일상어가 됐다. 정치적 동조자와 반대자를 구분하는 ‘편가르기’, 서로 통하는 사람만 공직에 기용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제외하는 ‘코드 인사’도 따지고 보면 보이콧이다. 각계 각층의 갈등을 ‘총체적 난투극’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결국 상호 보이콧 때문 아닐까. 보다 못해 사회 저명인사들이 중도통합론을 내세우고, 원로들이 상극정치 중재에 나선다고 한다. 벽창호들을 보이콧하는 운동은 없을까.

[[김성호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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