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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사회] 게재 일자 : 2005년 02월 07일(月)
한국 ‘주먹’ 계보와 역사
30년대 김두한이 평정...정치깡패 시대도 페이스북트위터구글
한국에서 본격적인 조직폭력은 언제 등장했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국 조직폭력의 태동시기를 구한말로 본다. 상업의 발달과 함께 이권이 생기면서 ‘주먹’도 함께 등장했다.

한국의 조폭은 일제강점기와 광복공간의 ‘낭만파 주먹시대’, 자유당 정권시절 정치권과 결탁한 ‘정치깡패시대’, 5·16 군사쿠데타로 숨죽여 지냈던 조폭들이 피비린내 나는 조직간 전쟁을 벌인 ‘전국구 주먹시대’, 현재의 ‘기업형 폭력시대’로 특징지워진다.

◈낭만파 주먹시대〓주먹을 업(業)으로 삼는 조폭의 등장은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에 먹고살길 없던 농촌 출신 주먹들이 도시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당시 경성은 조선인이 주도하던 종로 상권과 일본인이 밀집한 명동 상권으로 나뉘어 있었다. 상권에 기생해 먹고 살았던 주먹패들도 자연 양분됐다.

명동의 지존은 하야시로 알려진 한국인 선우영빈. 그는 일본 최대 야쿠자 조직인 ‘현량사’의 보스 도오야마 마쓰루(頭山滿)의 휘하에서 성장, 막강한 조직을 과시했다. 반면 종로의 주먹패는 명목상 ‘구마적(고희경)’이 보스의 위치에 있었지만 조직력과 자금력이 취약해 하야시처럼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종로를 장악한 주먹이 조선 최고의 오야붕으로 인정받던 당시 주먹판의 권력판도는 구마적을 비롯해 학생패를 이끈 보성전문 출신의 ‘신마적’ 엄동욱, ‘쌍칼’ 김기환 등이 형성한 삼자구도가 형성됐다.

삼자구도를 형성하던 조선 주먹계가 1934년 18세 김두한에게 평정됐다. 김기환이 구마적에게 패해 그 조직을 넘겨받은 김두한이 신마적과 구마적을 차례로 때려눕히고 주먹세계를 통일했다. 이후 조선의 주먹판도는 하야시와 김두한의 양자대결 구도로 전환하게 된다.

◈정치깡패의 시대〓한국전쟁 이후 정통성이 결여된 자유당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치권은 폭력조직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주먹과 권력이 본격적으로 손을 잡는 이른바 ‘정치깡패의 시대’가 도래한 것. 1954년 김두한의 정계입문으로 현대적 의미의 조직 개념을 도입한 이정재가 급부상했다. 동대문 상인조합 이사장이 된 이정재는 막강한 자금과 조직력을 앞세워 자유당 이기붕에게 접근해 정치권과 손을 잡는다. 57년 장충단 야당집회 방해사건 등을 주도했다. 그러나 그는 5·16쿠데타이후 등장한 군사정권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70년대엔 양은이-서방-OB파 '3대 패밀리'

◈전국구 주먹과 ‘3대 패밀리’시대〓이정재 이후 약 10년간 패권을 차지한것은 ‘신상사파’ 신상현이었다. 오종철과 박종석(일명 번개)이 양분하던 ‘범호남파’는 무교동 유흥가를 발판으로 세력을 키운 뒤 ‘신상사파’와 대결구도를 이룬다. 범호남파는 1975년 1월 2일 주류 공급권과 관내 유흥업소 상납금을 둘러싸고 갈등을 벌이던 신상사파를 명동의 사보이호텔 신년회 현장으로 급습했다.

이 사건을 통해 ‘오종철파’의 행동대장이었던 조양은이 급부상했고, 범호남파도 내부 분열을 겪는다. 내부적으로 수세에 몰린 ‘박종석파’의 행동대장 김태촌이 1976년 3월 무교동 엠파이어호텔 후문 주차장에서 범호남파의 실질적인 보스 오종철을 칼로 난자해 불구로 만들었다. 이후 조양은과 김태촌은 3년간 쫓고 쫓기는 혈투를 벌였다. 이 시기에 오기준, 김태촌이 중심이 된 ‘서방파’와 이동재를 두목으로 한 광주 ‘OB파’가 급속히 세력을 키워 당시 패권세력이었던 ‘양은이파’와 함께 ‘3대 패밀리’를 형성했다.

전국적으로 통하는 주먹이라는 의미의 ‘전국구 주먹시대’는 이러한 ‘3대 패밀리’를 비롯해 부산의 칠성파(두목 이강환), 대전의 옥태파(두목 김옥태, 2001년 사망), 대구 동성로파(두목 오대원), 수원파(두목 최창조), 이리 배차장파(두목 김항락) 등이 이끌었다. 이때부터 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잔인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활동무대도 상권 중심에서 대형 유흥업소 중심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채권·채무관계 ‘해결사’, 주류도매업, 공사 입찰, 건축자재 공급권 등 다방면에 진출해 전성기를 누렸다.

◈기업형 주먹시대〓90년 노태우 정권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보스급 주먹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주먹세계는 다시 주춤했다. 이들은 그러나 축적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합법적인 공간에서 기업가로 변신한다. 최근 대형 권력형 비리 의혹사건이 터질 때마다 이들이 연루돼 있었고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관계 로비 의혹사건에도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방승배기자 bsb@


e-mail 방승배 기자 / 정치부 / 차장 방승배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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