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바티칸제국 수수께끼 파헤치기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선종(善終)후 바티칸에는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들을 비롯한 각국 수뇌부들이 앞다투어 조문단으로 참석했다. 외신은 차기 교황 주요후보들의 동정과 전망 등을 미국 대통령선거만큼이나 주요 뉴스거리로 다루고 있다. 이를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인 ‘바티칸시국’의 국가원수이자, 세계 유일의 사제군주국 수반인 ‘백발의 신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톨릭 뉴스통신’ 로마 특파원인 저자는 크렘린궁에 비유될 만큼 베일에 싸인 바티칸제국의 수수께끼를 파헤칠 최적의 인물이다.

교황이 세계정치의 정점에 있었음을 모두가 실감한 사건이 2003년 미국의 이라크침공이었다. 당시 그 어떤 지도자도 교황만큼 세계 권력 미국 대통령과 그토록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다. 그러자 전쟁 반대론자와 찬성론자 모든 진영의 세계지도자들이 교황을 최후의 구원자로 여기며 바티칸을 방문했다. 바티칸은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쿠바위기, 걸프전쟁 등 전쟁의 위기를 통해 평화의 사도로서 협상력을 발휘하며 세계 외교무대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영국 여왕이나 달라이 라마보다 언론에 더 잘 ‘팔리는’ 21세기 최고의 슈퍼스타 신을 대변하는 지상의 절대권력,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인 성좌(聖座) 역시 바티칸이 현실 정치무대에서 막강한 파워를 발휘하는 동력임엔 분명하다. 교황 개인의 카리스마와 바티칸 참모들의 역량 역시 바티칸의 권위를 확립하는 데 중요하다. 역대 교황들은 무솔리니와 히틀러 등 악마와도 협상하기도 하고, 히틀러 제거음모에 공모하기도 했다. 교황은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등 때로는 우파, 때로는 좌파가 되기도 하는 ‘비폭력 글로벌 플레이어’들이다.

저자는 특히 1979년 바르샤바 방문을 계기로 폴란드 자유노조 바웬사정권의 창출과 뒤이은 동구권 사회주의정권의 몰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요한 바오로2세가 바티칸의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한다. 요한 바오로2세는 ‘인권’ 문제에 집중함으로써 가톨릭 교회의 가장 강력한 적에게 폭력없는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1870년 비오9세 시대 붕괴된 교회국가에서 100여년만에 ‘교황사단’이 세계 정치의 중심부에 우뚝 선 원인을, ‘국가 권력’이란 부담에서 벗어나 현대의 다국적기업처럼 가톨릭 세계교회의 광범위한 조직에 기반을 둔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신한 데서 찾기도 한다. 김수은 옮김.

정충신기자 cs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