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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5년 04월 22일(金)
‘안티 문근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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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의 순정’은 전국 315만 관객동원이라는 흥행기록을 세우며 로틴로맨스 붐을 불러온 ‘어린 신부’(2004년) 연장선위에 있는 영화다. 문근영의 실제 나이(19세)에 극중 캐릭터의 나이를 맞추고 소녀에서 숙녀로 넘어가는 자연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배역에 그대로 투영했다.

요즘 미디어가 즐겨쓰는 ‘무공해·무결점 소녀’ 혹은 ‘온국민의 여동생’(SBS ‘야심만만’의 카피다) 같은 문근영의 이미지를 위해 영화는 춤영화가 마땅히 갖는 섹슈얼리티마저 배제한다. 춤영화란 무릇 춤을 통한 에로티시즘의 공공연한 전시장인데도 말이다(영화는 영화의 컨셉트를 위해 문근영이 춤실력을 마음껏 과시한 화끈한 춤장면을 많이 잘라냈다고 한다).

비록 뮤지컬계에서는 스타라고 해도 영화쪽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박건형을 캐스팅함으로써 ‘어린 신부’에서 김래원이 차지했던 남자배역의 비중까지를 상대적으로 낮춘 것도 이 영화가 문근영 1인에게 얼마나 야심만만하게 기대고 있는지 보여준다. ‘댄서의 순정’은 영화의 모든 것이 문근영에게 바쳐진, 그래서 문근영을 빼고 나면 별반 남는 것이 없는, 그리고 문근영의 존재감으로 모든 결점들을 가리는 영화다.

고3 소녀배우로서 이처럼 자신의 이미지에 철저히 맞춰진 기획영화를 끌어낼 정도로 문근영은 이미 대단한 파워를 가진 배우가 됐다. 얼핏 우리 영화중 이처럼 배우 1인에 기댄 영화는 전지현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박찬욱 감독이 공공연하게 이영애에게 바치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정도가 떠오른다. 일찌감치 멜로의 귀재 윤석호PD에게 발굴돼 어린 송혜교로 분한 ‘가을동화’(2000년)에서 대목감으로 찍혔지만 짧은 경력과 나이를 생각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문근영 돌풍은 스크린에 머물지 않는다. 최근 삼성휴대전화 애니콜은 이효리에 이어 문근영을 영 버전 모델로 발탁해 섹스어필 이효리, 순수소녀 문근영의 쌍두마차 체제를 내세웠다. 또 KTF 광고에서 문근영은 안성기 장동건 등과 함께 나와 10대 대표선수로 얼굴을 내밀었다. 이런 문근영의 약진은 일차적으로 그의 또래인 10대들이 대중문화소비시장에서 막강한 주체세력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이 새로운 시장을 겨냥해 쏟아진, 10대가 섹슈얼 혹은 로맨틱 팬터지의 주체로 나오는 드라마, 영화 주인공중에서 문근영이 특히 도드라진 것은 성숙한 여타 배우들에 비해 섹슈얼리티를 감지하기 어려운, ‘진짜 소녀’ 같은 외모에 빼어난 연기력, 거기에 모범생이라는 배경, 외조부가 좌익운동가라는 가족사, 늘 가족과 함께 다니는 효성스러운 성품, 가식없는 언동, 기부와 선행 등 여러 개인적 이미지들이 보태진 결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연예인 X파일’이 문근영을 무결점 소녀로 지목한 것도 그녀의 순수이미지에 일조했다.

문근영의 소녀가 보여주는 흥미로운 대목은 그가 지금껏 대중문화속에 흔히 그려졌던, 남성적 시선의 대상으로서의 소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이다. 문근영의 소녀는 수많은 영화와 TV드라마, 문학에서 변주해온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구원과 성적 팬터지의 대상, 혹은 첫사랑 팬터지를 충족시키는 청순가련한 소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있다(깨끗한 소녀 이미지는 같지만 첫사랑 전문배우 손예진에게는 안티팬이 많아도 문근영에게는 안티가 없는 것을 봐도 이 점은 명백하다. 또 문근영에게는 여성팬들도 아주 많은데, 그녀가 ‘어린 신부’에서 ‘난 사랑을 아직 몰라’를 부르는 장면에서 그 천진한 매력에 넘어가지 않을 남녀노소는 없다). 문근영의 소녀는 이처럼 남성적 시선에 포박되지 않은, 새로운 소녀인 것이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남성적 시선에 포박되지 않은 문근영에게 열광하는 성인들이다. 어린 연기자로 나이어림을 연기해서 이만큼 성인들을 매료시킨 배우는 문근영이 거의 독보적이다(가령 빅스타 소녀가수 보아는 성인의 노래와 전략으로 성공했다). 이는 소녀다움 혹은 아이다움을 극중 캐릭터는 물론이고 자연인의 삶속에서도 실현해보이고 있는 소녀 문근영이, 성인과 아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성인들이 아이들에게 갖는 막연한 공포감을 상쇄해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제 성인과 몸이나 생각, 행동이 거의 다르지 않은 ‘무서운 10대’들에 둘러싸인 성인들에게, 성인과 확실히 구분되는 소녀적인 몸, 매력, 자세와 태도만으로 충분히 사랑스러운 문근영은 그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그들이 규정한 소녀다움(아이다움)에 부합하는 진짜 소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어쩌면 문근영의 소녀는 남성적 시선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이를 성인과 구분지으며, 그 구분의 가장 큰 잣대로 세상에 때묻지 않은 순수함, 욕망없음, 비성(非性)화를 고안한, 성인들의 순수환상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양성희기자 coo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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