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녀가 본 日패망 풍경

  • 문화일보
  • 입력 2005-05-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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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 일본 소녀의 눈을 통해 본 일본 패망전후의 풍경을 그려낸 ‘요코 이야기’(문학동네)가 출간됐다.

이 소설은 실제로 일본 정부의 고위 관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함경북도 청진시의 나남으로 이주,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자 요코 가와시마 ?m킨스(72)가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하기 직전 가족과 함께 일본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던 자신의 체험을 녹여낸 작품이다. 미군의 공습으로 도쿄가 잿더미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1945년 7월. “러시아군이 쳐들어온다”는 말에 요코는 어머니, 언니와 함께 허겁지겁 짐을 꾸려 나남을 떠난다. 만주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버지와 멀리 떨어진 병기창에서 일하던 오빠는 피란길에 합류하지 못한다. 이렇게 떠난 이들 모녀의 일본행 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험난하다. 생전 고생이라고 모르고 응석받이로 자란 어린 요코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아비규환이나 다를 바 없다.

일본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 인민군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아슬아슬한 상황, 폭격으로 인한 부상의 고통과 심한 굶주림. 하지만 이렇게 천신만고끝에 도착한 고향 일본의 현실은 더욱더 처참하다.

이처럼 이 작품은 이제까지 우리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패망한 일본인의 심리와 그 당시의 풍경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다. 또 작품속에는 일본의 식민정책에 대한 비판과 조선인에 대한 애정도 들어가 있다. 예를 들어 요코의 오빠가 자원입대의사를 밝히자 그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일본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진주만을 공격한 건 하나도 잘한 짓이 아니야. 전쟁은 우리가 갖고 있던 모든 걸 빼앗아가고 있어. 남편이나 아들을 잃느니 차라리 우리나라가 지는 것 보는게 낫다”라고. 작품속에 조선인은 일본인들에게 보복하려는 조선인과, 어려움속에 도움의 손을 내민 어진 조선인이라는 두 얼굴로 등장한다. 작가의 아버지는 조선인에 대한 창씨개명은 잘못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1942년 일본으로 소환돼 옥살이를 하기도 했고 저자는 미국으로 이주해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1986년 미국에서 발표된 작품은 그 해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책으로 뽑혔고 미국의 중학교 교과과정 필독서로 선정돼있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출판되지 못한 상태이다. 중국의 경우 일본과 민감한 정치, 외교적 문제가 얽혀있는데다, 강한 반일 감정으로 인해 정부가 출판을 금지했고 일본의 출판사들은 저자의 어머니가 전쟁을 도발한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고 작품이 일본의 전쟁만행을 사실적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출간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때문에 저자는 자신의 책이 한국에서 출간된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작품을 번역한 윤현주씨를 통해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해 일본 정부는 한국과 중국에 반드시 사과해야 하며, 역사 교과서를 더이상 왜곡하지 말고 일본 학생들에게 진실을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자신의 뜻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꼭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최현미기자

최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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