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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게재 일자 : 2005년 06월 14일(火)
伊 ‘생명윤리법’ 국민투표 부결
교황청 투표 거부 촉구로 투표율 25.9% 그쳐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이탈리아에서 생명윤리법 개정안을 위한 국민투표가 끝내 부결됐다. 그동안 “생명은 투표 대상이 아니다”며 투표 거부를 독려해온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첫번째 정치적 승리를 거두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12~13일 이틀동안 치러진 생명윤리법 개정안 국민투표의 투표율이 25.9%에 머물렀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유효 투표율 50%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국민투표는 난자와 정자, 냉동 배아의 기증을 비롯해 각종 불임치료를 금지하고 있는 현행 생명윤리법을 완화하기 위해 실시됐다.

투표율이 극도로 낮아진 것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투표 거부를 촉구한 가톨릭 교황청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베네딕토 16세도 국민투표 거부운동을 지지, 교황으로 선출된 뒤 처음으로 정치 현안에 의사를 드러냈다.

이탈리아 출신 카밀로 루이니 추기경은 “이번 국민투표 부결의 진정한 승리자는 가톨릭 교회라기보다 도덕적 양심과 인류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교단의 적극적인 투표 거부 운동이 진행되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아예 꼬리를 내렸다. 그는 “국론을 양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투표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대부분 가톨릭 신도인 이탈리아 국민들은 지난 1974년과 1981년, 각각 이혼과 낙태를 합법화함으로써 정치적으로는 가톨릭 교황청의 영향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AP통신은 자체 여론조사에서 이탈리아 국민의 3분의 2는 정부의 정책 결정에 종교계 지도자들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국민투표는 이탈리아의 시계바늘을 뒤로 돌린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루이니 추기경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베네딕토 16세의 다음 승부수는 이탈리아에서 낙태를 다시 불법화하는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62세 여성이 출산에 성공하는 등 불임치료가 자유로왔던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생명윤리법이 발효되면서 유럽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가 됐다.

정혜승기자 hsje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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