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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5년 08월 16일(火)
방송사-외주업체-탤런트 ‘불협화음’ 심각
‘패션 70's’ 연장 논란등 안팎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자체 콘텐츠 제작기능을 상실한 지상파 방송사와 외주업체, 출연연예인간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SBS TV가 ‘광복60주년 기획대작’이라는 부제까지 붙였던 월화드라마 ‘패션70’s’는 연장방영 논란 끝에 출연진들의 출연거부 사태로 결국 28부작으로 마무리된다. 한류열풍을 불러온 TV드라마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집단간 갈등이 이제는 브라운관 바깥으로까지 표출되는 셈이다.

‘패션 70’s’사태는 그간 드라마 제작관행을 살펴볼 때 상징적인 사건이다. 시청률에 따라 연장-조기종영이 반복되는 드라마에서 방송사의 ‘간절한 요청’을 출연자들이 매몰차게 외면해버렸기 때문. 통상 자체 제작 드라마는 물론, 외주드라마의 경우 방송사의 연장방영 요청이 대부분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어정쩡한 이중계약이 화근=‘패션 70’s’의 연장논란은 처음부터 예견된 상황이었다. 제작업체인 김종학프로덕션측은 출연자들과는 24부작 출연예약을, SBS와는 30부작으로 일종의 이중계약을 맺었다. 동일드라마에 대해 계약기간이 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캐스팅작업이 완료된 만큼 연장출연은 시청률이 높다면 자연적으로 가능하리라는 계산이 있었다. 그러나 김종학프로덕션측은 ‘패션 70’s’의 후속작인 ‘서동요’의 제작도 오지호의 출연파기 등으로 일정이 늦춰져 후속작을 앞당길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두 드라마를 연속제작하는 제작사로 김종학프로덕션을 믿은 SBS로서는 드라마 콘텐츠 생산능력이 없는 방송사로서 수모를 톡톡히 겪은 셈이다.

◈최진실 사태도 본질은 비슷=‘패션 70’s’와 형태는 다르지만 MBC의 전속계약을 위반하고 KBS드라마 ‘장미빛 인생’ 촬영을 강행해 파문을 일으켰던 탤런트 최진실 역시 문제는 계약조건이다. MBC와 최진실은 전속 출연계약을 맺었지만, 계약기간은 표기하지 않았다.

수년전 방송사들이 인기탤런트를 독점할 때 사용하던 카드다. 미니시리즈 몇회분 출연, 일일드라마 몇회분 출연식의 다소 모호한 계약이다. 물론 연기자들도 당연히 계약 당시 고액의 대가를 받았다. 하지만 계약기간이 표기되지 않은 계약이란 맹점 때문에 이 문제는 법리적으로 불공정계약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최근 MBC가 ‘전속탤런트 임대’라는 형식으로 문제해결을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사건은 방송사-외주업체-출연자, 혹은 방송사-출연자간 계약관행이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준다.

◈제작이나 외주보다 수입택해=이런 관행이 반복되면서 한국 드라마의 제작여건은 몇몇 외주업체의 기형적 성장 외에는 사실상 악화됐다.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 이후 2002년 방영됐던 KBS 2TV의 ‘명성황후’ 재상영 등의 카드를 내놓았던 KBS는 최근 후속작으로 중국 드라마시리즈 ‘징기스칸’30부작 방영을 결정했다.‘징기스칸’은 내몽골 기사집단, 내몽골 TV방송국 등이 2002년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징기스칸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작품.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KBS로서는 새 콘텐츠 제작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수입드라마 방영이라는 고육책을 택했다.

동남아의 각국 프라임시간대에 한국드라마가 방영되는 한류열풍과는 무관하게 막상 우리나라 안방에서는 우리보다 한수 낮다고 평가되는 중국 TV드라마를 시청하게 된 셈이다.

◈한류열풍 속의 빈약한 콘텐츠 제작시스템 드러나=한류열풍의 핵심인 TV드라마를 생산해온 지상파 방송3사가 갈수록 고전하는 것은 우선 외주-자체제작 등의 균형점을 상실한 것이 큰 이유다. 게다가 방송사의 고질적인 후진국형 계약관행은 수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없어지지 않고 있다.

방송사의 한 중견드라마 PD는 “외주업체들도 요즘 막대한 제작비용을 감당치 못해 3, 4곳이 모여 공동제작에 나서고 있는데 이에 따른 구체적이고 명백한 계약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기획, 캐스팅단계부터의 드라마제작업체와 방송사간에 확실한 책임과 의무를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BC 이은규 드라마국장은 “드라마가 시작 이후 제작진이 밤샘작업에 시달리고, 드라마작가 품귀현상은 십수년 전부터의 고질적 문제인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제작시간 제한, 신인작가 일정기간 지원시스템 등 제작풍토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며, 가능한 한 빨리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인표기자 li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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