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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5년 08월 19일(金)
서울 변천 60년속 ‘숨겨진 드라마’
한국도시 60년의 이야기 / 손정목 지음 / 한울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3공화국의 첫 서울시장이었던 윤치영은 서울 명문가의 후예로서 ‘서울에는 서울 사람이 살고 시골에는 시골사람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1964년 2월 “지방에서 서울로 진출해 올 사람은 각 도 지사의 사전허가를 받고 서울에 들어오기 전에 다시 서울시장의 허가를 받는 입법조치를 연구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모든 국민들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국민주권의 기본을 망각한 망발이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박정희정권의 중앙정부는 서울 과밀화 해소대책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2권의 책으로 나온 ‘한국 도시 60년의 이야기’는 이처럼 광복 이후 우리나라 도시의 발자취, 특히 서울의 변천사 속에 숨어 있는 일화를 고샅고샅 캐내 흥미진진한 드라마를 엮어냈다. 이 책이 도시 역사를 다룬 기존의 저작물들과 다른 것은 ‘이야기’(story)와 ‘역사(story)’를 절묘하게 결합시켰다는 것이다.

서울이 세계 도시역사에 유례가 없는 ‘Special City’가 된 것은 미군정이 생색내기용으로 착안한 ‘Independent City’를 군정청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특별시로 번역했기 때문이라는 에피소드와 유신정권 말기에 치밀하게 추진됐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관한 방대한 사료(史料)가 이 책에서 스스럼없이 몸을 섞는다. 때문에 서울은 하나의 꿈틀거리는 생명체로 지난 60년이 만들어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저자의 개인적 체험이 드라마에 실감을 더하고, 대학에서 도시학을 강의하고 연구한 이력은 지하철·아파트 건설 등에 관한 사료의 신빙성을 높인다.

도시의 역사도 그것들이 이루는 국가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되풀이되며 발전한다. 박정희정권과 참여정부에서 함께 벌어진 행정수도 이전 추진, 김현옥 전 서울시장과 이명박 현 시장의 도로교통망 정비 논란 등이 바로 그런 보기다. 공·사창가(公·私娼街) 단속처럼 도시의 음습한 골목에서 벌어지는 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군정은 일제시대에 인정됐던 합법적인 매매춘, 즉 공창을 금지했으나, 이후 전국 각 도시에서 엄청난 사창이 기승을 부릴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

광복 직후 서울 종로 3가에 소규모로 생겼던 사창가 ‘종삼’은 한국전쟁 이후 창녀 수가 1000~1400명 정도로 커졌다. 전쟁 직후의 궁핍과 정신적 공황을 먹고 자란 종삼은 그러나 1968년 당시 김현옥 서울시장의 ‘나비작전’에 의해 사라졌다. 이 작전은 이른바 사창가의 나비인 남성 유객(遊客)들을 잡아서 명단공개 협박 등 갖은 방법으로 창피를 주는 것이었다. 김 시장이 종삼 소탕작전에 나선 것은 세운상가 건설 현장을 점검하러 나갔다가 어떤 창녀가 “아저씨 놀다가요”라며 호객행위를 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이처럼 도시 변천의 이면에는 행정 최고책임자의 사적인 경험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1962년 서울시가 특별법을 통해 내무부 관할에서 탈피, 국무총리 감독을 받는 중앙부처와 동격기관으로 승격한 것은 당시 윤태일 시장이 군(軍) 후배였던 한신 내무부장관의 지휘를 벗어나기 위해 은밀히 운동을 한 결과였다.

박 정권의 과천 신도시 개발, 행정수도 이전 추진은 국토 균형개발과는 아무 상관없이 박정희가 한국전쟁에 장교로 참여했던 경험에 비춰 북한의 대남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 3한강교(현 한남대교) 건설 역시 남침 대비용이었다. 이 다리의 건설로 강남 신도시 개발이 땅값 신화를 낳으며 우후죽순 촉발될 것을 당시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 책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처럼 졸속개발의 그늘과 더불어 당시 행정 담당자 중의 한 사람이었던 저자의 회한이 스며 있다. 저자는 탄식한다. “수많은 드라마의 축적인 서울 개발의 역사는 시민이 아무 내용도 모르는 가운데 진행됐다.”

그러나 도시 개발의 역사는 소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체의 생명력으로 움직인다. 그 하나의 증언으로 시인 고은의 말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종삼의 나비작전은 시장의 결단이 아니라 시대의 다른 단계(한국전쟁의 아픔에 허청거렸던 사람들이 냉정을 되찾기 시작한)가 시작된 것을 표상하고 있다.” 장재선기자 jeijei@ 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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