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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미숙 기자의 Global Talk 게재 일자 : 2005년 10월 25일(火)
“지식인은 사회적 요구에 즉각 답해야”
美연방법원 판사 겸 사회비평가 '리처드 포스너'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리처드 포스너(66)의 공식직함은 제7연방순회항소법원 판사다. 레이건행정부 때인 1981년 종신직인 연방판사로 임명된 이래 24년째 시카고에서 이 일을 하며 법학뿐 아니라 미국사회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가 펴낸 책은 반독점법에서 지식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40권에 달하는데 모두 출간될 때마다 주목을 받았다. 이런 이유로 그는 ‘법률계의 슈퍼 노바(초신성)’ ‘1인 싱크탱크’ ‘퍼블릭 지식인계의 황제’ 등으로 불린다. 지난달 23일 시카고 시내에 위치한 제7순회법원의 27층 사무실에서 포스너 판사를 만나 그의 지적여정과 미국사회에 대한 요즘 생각에 대해 들었다.

한국식으로 얘기하면 고등법원 판사인 리처드 포스너에겐 2개의 페르소나가 있다. 포스너 I은 판사, 포스너 II는 사회비평가이다. 낮에는 포스너I, 밤에는 포스너II에 충실하게 산다. 한가지 일도 하기 어려운 세상에 두 가지 일을 모두 성공적으로 할 수 있는 무한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포스너 판사에게 e메일로 인터뷰 신청을 하자 몇시간만에 답장이 왔다. “아시아에 가본 적도 없고, 아시안 친구도 없다”는 그는 이번 인터뷰가 “한국은 물론 아시아 언론인과의 첫 만남”이라며 오히려 기자에게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직 판사로 있으면서 어떻게 사회전반에 대해 수없이 많을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가.

“판사 일은 대개 낮에 하고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일은 밤과 주말에 한다. 애들은 다 컸고, 사교활동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다. 요즘엔 인터넷 검색엔진이 좋고, 시카고대에 스태프도 갖고 있어 아이디어만 생기면 곧바로 집필에 들어간다.”

―연방 판사로서의 삶을 얘기한다면.

“제7순회 항소법원은 일리노이주와 위스콘신, 인디애나주를 관할하는데 11명의 판사가 일한다. 1981년 연방법원 판사가 된 이래 주로 경제법, 지적재산권에 집중해왔는데 일이 아주 흥미롭다.”

이날은 마침 존 로버츠 대법원장 지명자 상원인준투표가 있던 날이어서 “당신도 대법관이 될 수 있는 사람 아니냐”고 농담조 질문을 던졌더니 “그 자리는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데 나는 정치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책 구상과 집필은 어떻게 하는가.

“내 전공영역은 혼자 생각해 결정하고 클린턴 탄핵처럼 사회적 현안이 발생할 경우엔 곧 자료를 모아 집필에 들어간다. 사회적 요구에 답하는게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본다.”

―어떻게 그렇게 다양한 문제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는가.

“나는 좀 참을성이 없는 편이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강하고 새로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책의 일부는 완결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2001년작인 ‘퍼블릭 지식인(Public Intellectuals)’은 특히 반향이 컸는데 이 책을 쓰게 된 된 동기는.

“글쎄, 그때 어떤 생각을 했더라….”

그는 워낙 많은 책을 생산한 때문인지 4년 전 펴낸 책의 저술동기를 떠올리기 위해 조금 뜸을 들이다가 “뉴욕타임스 북리뷰에 게르트루드 힘멜파브(네오콘의 대부 빌 크리스톨의 어머니)가 미국문화에 대해 부정적인 글을 썼는데 이후 하버드대출판부에서 이글에 반박도 할겸 책을 써보라고 제안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주문생산된 책이라는 것이다.

―헨리 키신저가 영향력 1위의 지식인으로 집계됐는데 책 출간후 반응은 어땠는가.

“극단적으로 말하면 키신저 한사람 빼고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미국은 아주 경쟁이 치열한 사회이기 때문에 서열 매기는 것에 대해 극도로 민감하다. 내가 주관적으로 판단한 것도 아니고, 미디어에 언급된 횟수로 통계처리를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모든 사람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통계처리로는 키신저가 1등이지만, 개인적으로 누구를 최고 지식인으로 보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주저없이 영국 언론인 앤드루 설리번과 크리스토퍼 히친스를 꼽았다. “두사람 모두 보수적 정치관을 지녔지만 시대를 읽는 감각이 뛰어나다”는 게 그 이유다. 그가 영국 언론인을 꼽은 것은 아마 공화당이나 민주당 어느 한편을 지지하는 미국 언론인들에 대한 간접적인 불신이기도 하다. 과거 인물들 중에는 ‘동물농장’의 작가 조지 오웰을 든다. 시대의 문제를 꿰뚫어볼 줄 아는 지식인이었다는 것이다.

―사회정치 문제에 대한 개인적인 입장을 설명한다면.

“이슈에 따라 다르다. 예컨대 동성애나 낙태를 지지하고 지구온난화에 대해 우려하고 국제테러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을 ‘외교안보적으로는 보수, 사회적으로는 리버럴’이라고 평했다. “어떤 이념도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따져물었더니 “그렇다”고 단답형으로 답변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포스너를 비판하는 일부 평론가들은 “좌우 어느 쪽도 아니면서 좌우 양편을 모두 괴롭히는 인사”라고 혹평을 하기도 한다.

그는 당초 민주당 지지자였으나 1960년대 말 생각을 바꿨다. 요즘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는 극도로 불신하는 쪽이지만, 굳이 정치적 견해를 밝히라면 ‘공화당’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시카고의 자유로운 지적 풍토가 좋아 1969년 이사한 이래 36년째 살고 있다.

―60년대말 민주당 성향의 리버럴지식인 대열에서 벗어난 이유는.

“스탠퍼드대학에서 베트남 반전운동을 경험했는데 나는 급진주의가 미국사회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요즘 미국에서 퍼블릭 지식인의 역할이 쇠퇴하고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반지식인사회였는데 점점 더 지식을 중시하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다. 지식인들을 엔터테이너처럼 대하는 게 요즘의 풍조다.”

그는 이 대목에서 얼마 전 비행기에서 만난 맥도널드의 직원연수기관인 햄버거대학에서 일하는 사람과 나눈 얘기를 꺼냈다. 자신이 시카고대학에서 법학을 30년이상 강의해왔다고 했더니 이 사람은 “시카고대가 햄버거대학만큼이나 유명한 학교냐”고 물어 아연실색했다는 것.

―미국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가.

“아주 비관적이다. 더구나 미국에서 요즘 종교가 부흥기를 맞고 있는데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들을 이성적으로 설득하는 것은 아주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점점 더 보수화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미국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렇다면 보수적인 공화당의 장기집권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는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권교체는 정치게임이기 때문에 미국사회의 장기적 보수화 추세와는 다른 문제다.”

―요즘처럼 여론이 갈리는 것은 시대를 통찰하는 파우스트 같은 보편주의자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인간이 파우스트의 꿈을 버렸을 때, 모든 것이 분과로 쪼개진 전문가들의 세상이 되면서 분열이 깊어졌다. 그런 점에서 나는 파우스티안이다. 미세한 분야에 집착하면 보편적인 문제를 볼 수 없다. 나는 좀더 넓은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싶다.”

/ 시카고(일리노이주)=이미숙특파원 musel@munhwa.com

▨약력
▲제7순회항소법원장(1993~2000)
▲제7순회항소법원 판사(1981~)
▲시카고대 법대 강사( 1969~)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1962)
▲예일대 영문학과 졸업(1959)
▲1939년 뉴욕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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