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워싱턴특파원의 Global Talk>‘美 100대 지식인’ 어떻게 만들어졌나

리처드 포스너 판사의 야심작인 ‘미국의 100대 지식인’ 분류표(표)는 미국 주요 언론에서 누가 가장 많이 언급됐는가를 기준으로 통계처리한 것이다. 관점에 따라 지식인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에 질적인 분류보다는 양적인 분류가 필요했다는 게 포스너 판사의 주장이다.

그는 시카고대의 조사팀과 협력해 특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지식인 분류작업을 시작했다. 초판에서는 1995~2000년까지 조사를 했는데 이 시기가 클린턴행정부 때라 수정본에서는 클린턴 행정부와 부시 행정부가 교차하는 1997년 1월부터 2002년 7월로 시기를 변경했다. 신문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일요판과 월스트리트저널이고, 잡지는 좌우파를 망라해 19개를 대상으로 삼았다. 좌파인 먼슬리 리뷰에서 리버럴인 뉴요커와 아메리칸 프로스펙트, 우파인 내셔널 리뷰, 네오콘주간지인 위클리 스탠더드 등을 모두 포함시켜 균형을 맞췄다.

포스너 판사는 표의 순위에 대해 “누가 사회적 요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발언했느냐의 정도를 볼 수 있을 뿐 위대성이나 탁월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1등만을 선호하는 미국문화의 탓일까, 포스너 판사는 이 책을 펴낸 뒤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퍼블릭 지식인을 정리하다 퍼블릭 에너미(공공의 적)가 됐다”는 게 그의 농담섞인 회고다. 특히 책이 나온 뒤 작가 고어 비달은 “내가 왜 몇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노먼 메일러보다 뒤처지게 나왔느냐”며 공식 항의를 했다는 것.

미국사회에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포스너 판사의 100대 지식인 표에 따르면 남자는 84, 여자는 16명이며, 학자와 비학자의 비율은 반반이다. 학자중에서는 경제학자가 10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정치학, 역사학, 철학자가 5명씩이다. 또한 비학자중에서는 작가가 34명으로 선두이고, 이어 언론인이 15명이다. 미국인은 79명, 외국인은 21명이며, 정치적 성향은 보수 35명, 진보 63명이며 정치색을 알 수 없는 이는 2명으로 분류됐다.

한편 포스너 판사는 학술지에 언급된 지식인들도 별도로 통계처리를 해 ‘학계에서 꼽는 지식인 100명’ 도표도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1위, 피에르 부르디외가 3위, 미국화학자 리누스 폴링과 물리학자 스티브 와인버그가 각각 2위와 4위, 그리고 독일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가 5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