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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동윤의 스포츠인생 게재 일자 : 2005년 10월 29일(土)
“日 한류붐 원조··· 80년대 강사마로 불렸죠”
‘아시아의 거포’ 배구스타 강만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현재 아시아권에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은 연예인들이 이끌고 있다. 그러나 한류의 원조는 스포츠 스타들이었다. 1969년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농구선수권에서 당시 아시아 최강이던 필리핀을 꺾고 한국의 우승을 견인한 신동파씨는 지금도 동남아권에서는 유명하다.

60~70년대에 활약했던 농구 스타들이 동남아권의 한류를 이끌었다면 ‘아시아의 거포’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배구 스타 강만수(50)씨는 일본에 처음으로 한류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는 지도자로 변신, 남자실업배구 ‘현대자동차서비스(프로팀 현대캐피탈의 전신)’를 슈퍼리그 5연패로 이끌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다 김세진, 신진식 두 날개로 무장한 삼성화재에 밀려 정상을 내주고 쓸쓸하게 배구계를 떠났었다.

지난 2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 소재 신일고교 야구훈련장에서 강만수씨를 만났다. “배구선수 출신이 웬 야구장 행차냐”고 물었더니 둘째(강성호·17)가 신일고 야구선수인데 그날 휘문고와 연습경기가 있다고 한다.

사업(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도넛 대리점과 용인 수지에서 올드스타란 레스토랑을 운영했었다)을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몇 가지 했는데 지금은 자식 뒷바라지 때문에 포기했어요.”큰 애(성준·21)도 운동을 했었는데. “농구와 배구선수를 하다 지금은 일본 아이치대학교에 유학, 국제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고 있어요.

장학생이랍니다. 아들이 둘 다 188㎝입니다. 제 아버님은 165㎝로 왜소한 체격인데 어머님이 168㎝로 큰 편이셨어요. 고2년인 성호는 배구를 하다 종목을 야구로 바꿨는데 배명고를 다니다 잘 아는 후배인 정상흠씨가 신일고 감독을 맡으면서 데려갔어요. 지금은 1루수를 맡고 있는데 올 겨울에는 투수로 키운다고 합디다.”

그는 어렸을 때 만능선수였다. “하동중 3년 때 178㎝ 였어요. 축구 핸드볼 배구 등 여러 종목을 했는데 최용진 선생이 스카우트, 성지공고에 입학해 배구에 정식입문하게 됐지요. 고1때만해도 183㎝로 평범했는데 고 3때 190㎝, 한양대에 입학한 후 195㎝로 크더군요. 처음에는 라이트를 봤는데 레프트도 보고 센터에 세터까지 모든 포지션을 다 맡았었죠.”

그는 고3이었던 72년 뮌헨올림픽에 17세의 나이로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구기종목에서 고교생이 국가대표가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당시 최강이던 북한과의 경기는 그에게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시절이라 경기는 한마디로 전쟁이었죠. 중앙정보부 요원들도 따라왔는데 ‘본국에서 북한에 지면 한강 다리에서 떨어져 죽으라는 훈령이 왔다’는 등의 이야기로 겁을 줬어요.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가 4대6으로 뒤졌는데 결국 ‘입’으로 올림픽 티켓을 땄지요. 우리는 북한선수들에게 ‘아오지 탄광에 가라’고 약을 올렸고 결국 이 같은 신경전 때문에 이길 수 있었어요.”

뮌헨올림픽 티켓이 걸린 북한전이 가장 환희를 맛본 경기라면 84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본선은 가장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예선라운드에서 미국이 우리에 고전 끝에 이겼어요.

미국은 우리가 4강에 올라 다시 맞서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브라질에 0-3으로 고의로 져 우리를 5~8위전으로 밀어냈어요. 미국은 결승에서 브라질을 간단히 3-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으니 예선에서 브라질에 진 것은 고의로 진 것이 분명해요.”

일본 내 한류열풍의 원조 주인공이랄 수 있는데. “요즘은 배구 인기가 많이 떨어졌지만 70~80년대에는 농구보다 오히려 잘 나갔죠. 현대자동차서비스에서 현역으로 뛸 때 일본에서 경기를 자주했는데 일본 여성 팬들에게 인기가 좋았죠.

나도 ‘강사마’로 불리며 한국까지 원정 응원 오는 일본 여성 팬들이 많았어요. 특히 기억에 남는 팬은 일본 탤런트인 구로다 후쿠미씨인데…. 83년쯤 ‘한국에 이런 멋있는 남자가 있는 줄 몰랐다’며 내 팬이 된 후쿠미씨는 적극적으로 우리말을 배우고 나중에는 스스로 ‘한국병’에 걸렸다며 한국에서 몇 년간 거주하기도 했고 한국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냈어요.

후쿠미씨는 처음에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탤런트였는데 내 팬으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졌어요.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찾아오는 팬들이 없어지더라고요. 후쿠미씨는 지난 2000년 KBS의 ‘TV는 사랑을 싣고’를 통해서 다시 만났지요.”

그는 일본에 진출, 실업팀 선수로 뛰기도 했고 공부도 병행, 교육학 석사까지 받았다. “84년 LA올림픽에 출전한 후 은퇴, 일본 와세다대학 3학년에 편입해 공부를 하는 한편 실업팀 도레이에서 선수로 뛰었어요. 도레이는 2부리그 소속이었는데 제가 가서 1부 리그인 니혼 리그에 진출시켰죠.

와세다 졸업 후 동해대학 대학원에서 석사를 하는 등 일본에서 7년간 있었는데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정말 힘들었어요. 우리는 운동선수라면 대충 졸업시켜주는데 일본에서는 그게 아니니까. 시험을 볼 때는 스트레스가 심해 위장병까지 생겨 고생했어요.

한국은 대학 배구팀이라도 전용 버스가 있어 편하게 대회에 참가하는 데 일본에서는 전철을 타고 경기장에 가서 각자 싸온 주먹밥을 먹고 경기를 해요. 우리나라 운동선수들 아주 편한 거예요. 일본에서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작년 프로배구가 출범할 때 ‘가수’로도 데뷔했었는데. “난생 처음 턱시도를 차려 입고 애국가를 불렀는데 반응이 좋더군요. 노래에는 소질이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아직 섭외가 들어오지 않네요.”해외로 진출한다고 하던데. “바레인 쪽에서 국가대표팀을 맡아달라는 주문이 들어와 우선 1년간 계약할 예정입니다.

내년 카타르아시안게임에 대비하려는 것이죠. 제가 80년부터 2년간 아랍에미리트에 진출, 선수로 뛰었었는데 그때 팀을 걸프선수권에서 우승시켰어요. 그런 인연으로 중동지역 배구협회 인사들을 많이 알고 있지요.” 그에게 중동지역은 적성이 맞을 것 같다.

술을 먹지 않아도 되니까. “키가 크면 말술인 경우가 많은데 저는 소주 4잔이 ‘치사량’이어요. 배구계를 떠나 사업을 하다보니 술을 못 마시는 게 아주 불편합디다. 그래도 요즘은 매일 한잔이라도 마시게 되니 약간 늡디다.”

지난해 프로배구 출범과 함께 경기운영위원으로 선임되어 배구와 다시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배구에 대한 걱정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시원하고 다이내믹한 것이 배구의 맛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팀이 너무 적어요. 한전과 상무를 빼면 사실상 프로는 4팀뿐이에요. 적어도 10팀은 되어야 하는데.”

이동윤 체육부장 dy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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