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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5년 11월 04일(金)
양반부인 30人 ‘1898년 여권선언’ 아시나요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고대사는 언급할 필요도 없이 가장 가까운 역사를 다루는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이견이 적지 않은 한국과 일본. 이 책은 두 나라 여성학자와 사회활동가 67명이 참여, 밀접한 연관성으로 분리할 수 없는 두 나라의 근현대사를 여성의 눈으로 집필한 것이다. 애당초 이 책은 2001년 일본의 여성전쟁인권학회에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전쟁과 여성인권센터’측에 ‘양국 학자들이 함께 교재를 만들자’고 제의해 첫 단추가 끼워졌다.

여성 인물사나 사건의의를 강조한 여성역사서라는 명칭답게 종래에 찾아볼 수 없는 사건이 상당부분 다뤄졌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양반집 부인 30여 명이 발표한 한국 최초의 여권 선언문인 ‘여권통문’이나 1931년 평양의 을밀대 지붕 위에서 9시간 ‘고공농성’을 벌이며 고무공장 파업을 주도했던 강주룡 등은 관습과 가부장제, 식민시대의 무거운 질서속에서도 태동하는 여성상을 읽을 수 있다.

인물발굴도 한 성과다. 일본의 근현대사에서도 일제시대 무정부주의자 박열의 동지였던 가네코 후미코가 낭만적 연인의 그림자로서가 아니라 천황제 반대라는 혁명가적 사고를 가진 철학자이자 행동가로 재평가되고, 일본의 여성운동인 ‘우먼 리브’의 한계도 지적됐다. 이외에 여자 의병을 조직해 일제에 대항한 윤희순, 사회주의 여성운동과 자유연애를 주창한 허정숙 등도 발굴됐다.

반대로 기존교과서가 식민지시대를 이끈 대표적 여성교육가로 소개한 김활란, 고황경의 친일행적이나 모윤숙, 노천명의 황국신민화 정책협조 작품을 소개해 재평가를 요구한다. 일본측에서는 학교를 설립해 식민지 여성교육을 담당했으나 결과적으로 군국주의의 주창자가 된 후치사와 노에, 오쿠무라 이오코 등의 빛과 그늘도 적시됐다.

한일간 시각차이가 여성학자들이라고 해서 완전해소되기는 힘들다. ‘해방’과 ‘패전’, ‘한국전쟁’과 ‘조선전쟁’등 용어의 공동사용은 배제돼 양국에서 서로 다른 용어로 출간된다. 그러나 해방뒤 ‘기생관광’등 산업의 형태가 여성 성착취 구조로 전환된 점에 한일 양국 학자의 시각이 일치한 것. 또 일본군 성노예제를 여성국제전범 법정에서 판결하고, 천황의 책임을 공포한 사실 등을 비중있게 소개한 것은 역사에 대한 지루한 논란이 계속될 때 ‘여성’이라는 공통분모가 시각정리의 한 축이라는 점을 명백히 반영한다. 이 책은 일본에서는 ‘젠더 시점으로 본 일한 근현대사’(나시노키샤(梨の木舍) 출판사)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이인표기자 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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