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신뢰’-조흥 ‘역사’ 합쳐

신한·조흥은행 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가 신한· 조흥 통합은행의 은행명을 ‘신한’으로, 존속법인은 ‘조흥’으로 최종 결정함에 따라 향후 통합일정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통추위는 당초 예상을 깨고 존속법인을 ‘조흥’으로 결정한 것은 국내 최고의 은행이라는 조흥은행의 상징성을 존중하고 조흥은행 노조 등 구성원들의 반발을 감안한 결과라고 밝히고 있다.

◈경제적 손해 감수… 조흥은행 역사성 배려=이번 통추위의 결정으로 올해로 창립 108년을 맞은 조흥은행은 간판을 내리게 됐지만 역사는 남게 됐다. 통추위의 이번 결론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초 29일 저녁까지만해도 존속법인이 ‘신한’으로, 은행명은 신한과 조흥은행의 영문 이니셜 ‘CHB’를 합성한 ‘CH신한’이 유력했었다. 존속법인을 ‘신한’으로 할 경우가 ‘조흥’으로 하는 경우보다 합병으로 인한 세제 혜택 등에서 수천억원 이상 유리하다는 내부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추위는 29일과 30일 새벽에 걸쳐 밤샘 토론과정에서 격론을 벌인 끝에 결국 은행명 ‘신한’, 존속법인은 ‘조흥’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같은 결론은 조흥은행이 지닌 역사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반발하는 조흥은행 노조 등을 달랠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도 확보하게 됐다. 지난 1982년 출범해 비교적 후발주자였던 신한은행은 이번 결정으로 연혁을 1897년으로 앞당길 수 있게 됐다. 이같은 부수적 효과가 수천억원의 경제적 손익을 감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통추위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흥은행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통합은행명에서 ‘조흥’을 완전 배제한 것은 굴욕적인 흡수통합”이라며 “내년 1월초부터 정시출퇴근과 태업 등으로 투쟁수위를 높여가겠다”고 밝혀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향후 일정과 과제=통합은행명과 존속법인이 결정되면서 신한·조흥은행의 통합논의는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신한·조흥은행은 내년 1월중순 통합은행장을 결정하고 2월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어 통합은행을 승인할 예정이다. 통합은행은 지난 6월말 현재 자산규모 162조원, 지점 960개를 갖춰 국민은행(자산 199조원, 1063개 지점)에 이은 국내 2위의 은행으로 올라서게 된다. 하지만 조흥은행 노조가 오는 1월초부터 쟁위행위를 하겠다고 나섬에 따라 통합후유증에 따른 고객이탈을 최소화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홍성철기자 redho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