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전망대>中-日 관계 새해에도 ‘먹구름’

중국과 일본 관계의 현 주소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견원지간이라 해도 좋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전 분야를 망라해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한국과 일본 관계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 현지에서 객관적으로 보는 솔직한 평가라 할 수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더욱 잘 증명된다. 우선 정치적인 관계가 그렇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이후 거의 모든 공식적인 정치 교류가 중단되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의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가 베이징(北京)을 방문, 중국 외교학원에서 미래의 외교관들을 상대로 강연을 한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중국의 대표적 일본통으로 알려진 왕이(王毅) 주일 대사가 최근 병 치료를 핑계로 귀국, 베이징에 장기간 머무른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경제 분야에서의 껄끄러운 관계는 무엇보다 중국이 야심적으로 추진중인 고속 철도 사업과 관련한 양국의 동상이몽에서 엿보인다. 지난 11월 21일 일본의 유력지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독자들의 눈길을 확 끌 만한 내용을 보도했다. 중국이 최소 총 660억위안(87조원)이 소요되는 이 대형 프로젝트에 일본 신칸센(新幹線)의 기술을 독일의 이체(ICE)와 함께 도입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일 경우 일본 재계로서는 환호작약할 쾌거라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일본인들이 표정 관리를 하면서 속으로 박수를 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기사는 결과적으로 오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젝트 담당 주체인 중국 철도부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바로 반박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통계도 중국과 일본의 경제 분야 교류, 협력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약 10여년 동안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었다. 그러나 작년 이같은 일본의 지위는 완전히 변했다. 2위도 아닌 3위로 곤두박질했다. 대일 무역이 중국의 전체 교역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 역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 2000년 17.5%에서 작년 14.5%로 3%포인트나 줄어들었다. 올해의 경우는 13%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 언젠가는 10%대 이하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주는 통계가 아닌가 보인다.

사회, 문화 분야라고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중국 언론에 이 분야의 양국 교류 소식이 거의 나오지 않는 현실만 봐도 관계의 썰렁함은 분명히 확인된다고 볼 수 있다. 양국을 상호 방문하는 일본인과 중국인의 수가 지난해에 비해 오히려 줄어든 것은 이때문에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일관계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일본을 해가 뜨는 나라라 해서 부상(扶桑)으로 부른 것은 결코 괜한 것이 아니었다. 또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사상가, 혁명가들인 옌푸(嚴復), 쑨원(孫文), 양치차오(梁啓超), 루쉰(魯迅)등이 일본에서 활동하거나 망명 생활을 한 것은 지금도 중국인들에게 대단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 세기 중국에 대한 일본의 야만적 침략 행위가 없었다면 중국과 일본은 지금 그 어느 국가들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지금 양국 관계는 상하이 주재 일본 영사관 직원이 중국 정보 당국의 정보 제공 강압에 못이겨 자살한 사건에서 보듯 당분간 크게 좋아질 가능성이 별로 많지 않다. 중국 당정 최고위층에서 향후 일본과의 관계를 최악의 상황까지 설정해 대비토록 하라는 지시를 최근 관계 당국에 내렸다는 베이징 외교가의 소문은 그래서 크게 이상하다고 하기 어렵지 않나 보인다.

[[홍순도 / 베이징특파원]] mhh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