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준 학부모 100여명 계좌추적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예원학교의 편입학 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유재만 부장검사)는 최근 수년간 학교측에 돈을 주고 자녀를 편입학시킨 것으로 보이는 학부모 100여명의 명단을 확보, 이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계좌추적 과정에서 서울예고 전 교장 H씨와 예원학교 전 교장 K씨가 학부모들과 조직적인 금품 거래를 한 정황을 일부 확인하고 H, K씨와 학교 관계자 등 5∼6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은 작년 7월 서울예고와 예원학교 교직원들이 편입학 학생들을 받는 과정에서 학교발전기금 명목으로 학부모들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받았다는 진정을 접수해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작년말 서울예고와 예원학교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편입학 관련자료와 학교발전기금 영수증 등을 확보했다. 지난 2000~2005년까지 두 학교에는 240여명의 학생이 편입학했다. 검찰은 이중 학교측에 거액의 기부금을 제공한 학부모 100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상당수에 대해 이미 소환 조사를 진행해왔다. 조사 대상 학부모 가운데는 의사, 교수, 법조인, 기업체 대표, 고위 공무원, 언론인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교직원들이 받은 돈이 편입학에 대한 대가성인지 여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며 “대가성이 확인되면 배임수재 혐의로, 교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유용한 부분이 확인될 경우에는 횡령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예고는 작년 1월 한 대기업 임원이 자녀를 편입시켜준 대가로 수천만원의 기부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학교 이사회 자체 조사에서는 교장이 학부모에게 받은 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접수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학교에 기부금을 낸 학부모들이 편입학에 대한 대가성을 부인해 검찰 수사로는 확대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서울시교육청 감사와는 무관하다”며 “따로 진정을 접수해 자체 인지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교육청에서 감사 자료를 넘겨받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노윤정기자 prufro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