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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게재 일자 : 2006년 03월 16일(木)
“DJ가 내 아버지라고 생각 안해”
‘DJ 딸’ 논란 당사자 심경토로 2시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지난해 4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로 알려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김모(36)씨가 14일 1년여만에 문화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김씨는 당시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0년 숨진 어머니로부터 생전에 자신은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고, 지난 2000년까지 김 전 대통령측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1년만에 언론과 접촉을 가진 김씨는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당시 고위층 인사를 지목하면서, “(고위층 인사가 자신을 DJ 딸이라고) 엄마에게 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시선을 끌었다. 최근 국정원 불법 도청사건 재판 과정에서 나온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김씨 모친 등에 대한 도청 증언에 대해서는 “지난 2000년을 전후해 아무런 말없이 끊어버리는 전화가 많았고, 전화 통화 중에는 3자통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DJ가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김씨는 지난해 살던 서울 여의도 아파트에서 최근 이사해 서울 모처로 거처를 옮겼다. 수소문 끝에 어렵사리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당초 예상과 달리, 근처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2시간에 걸쳐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껄끄러운 질문에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의 진술은 일관되고 논리정연했다.

김씨는 “이제 김 전 대통령을 아버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친아버지를 찾고 싶지만 지난 36년간 고통받았던 방법은 싫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내 얘기는 안 하고, 이모 얘기만 전했다”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도 내비쳤다. 현재 서울 명문 사립대 교수로 재직중인 김씨의 이모는 지난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동생(김씨의 모친)으로부터 딸이 김 전 대통령의 소생이며, 호적에 올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지난해 증언과 같았다. 김씨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어머니가 자신에게 돈을 받아오게 시켰다고 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 집에 가면 아주머니(이희호 여사)가 ‘너 우리집 자식 아닌데 왜 또 왔니? 제발 오지마’라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 꼬마였던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킨 어머니가 지독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숨기지 않았다.

김씨는 “그 분(김 전 대통령)을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감시당했다”=김씨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주위에 누군가가 따라다녔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에게 누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말하면, ‘네가 못 본 척 하면 되지’라며 되레 화를 냈다”고 말했다. 대학생 때, 어머니 심부름을 가는데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웬일이야. 새 옷 입었네”라며 아는 척을 해 크게 놀라기도 했다며 몸서리를 쳤다.

김씨는 “지난 10년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상한 전화가 걸려왔다”고 말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의 도청 증언을 뒷받침했다. 그는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 받으면 말없이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이모와 전화할 때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는 게 그의 증언. 통화 도중 이모는 “잠깐, 아는 신부 할아버지에게 전화왔다”면서 몇 분 동안 기다리게 하기도 했고, 자신이 통화할 때면 3자 통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누군가 자신의 통화 내용을 엿듣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90년대 중후반부터 감시받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박정희 정권 고위인사가 시켰다”=김씨는 인터뷰 내내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설령 아버지가 맞다고 해도 유부남과 관계를 가진 것은 어머니 잘못”이라며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내가 (김 전 대통령과) 닮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놀랍게도 박정희 정권 당시 고위인사 A씨의 이름을 꺼냈다. 김씨는 직접 메모지에 그의 이름을 적으면서 “이 사람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이 사람이) 어머니에게 (자신을 DJ딸이라고 주장하라고) 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력 정치권 인사들이 드나들던 한정식집 종업원이었던 자신의 어머니가 A씨와 친분을 갖고 있었다는 것. 김씨는 “어머니와 함께 A씨 집에 자주 놀러다녔다”고 말했다. 그는 “A씨는 악랄한 사람”이라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30년 동안 어머니 등에게 속아 살아왔다”며 지난 인생에 대한 회한을 드러냈다. 혼란스러워하던 김씨는 “내 이름은 맑고 영리하다는 뜻으로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면서 “나를 봐라. 맑고 영리하게 살아왔느냐”고 자조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김씨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전해달라”며 두 세번 가량 확인을 받았다. 태어나서 철이 든 이후 줄곧 세상과 힘겹게 싸우며 외롭게 살아온 김씨의 왜소한 어깨는 더욱 좁아 보였다.

이동현·조민진기자 offramp@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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