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은행 매각과정에 얽힌 검은돈 수수의혹

대검이 2003년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뒷돈을 주고받은 혐의로 9일 실무 책임자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외환은행 매각 의혹과 관련해 매각자문회사 엘리어트홀딩스 대표와 외환은행 내부 관계자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횡령 및 증·수재 혐의가 처음으로 형사처벌의 가시권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진행돼온 감사원 감사와 함께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하는 국면전환의 시의에 각별히 주목한다. 우선, 외환은행 매각이 진행된 2002∼2003년의 상황을 당시의 잣대가 아닌 현재의 잣대로 재단할 일만은 못된다는 게 우리의 인식이다. 인수자가 나서지 않았던 당시 론스타의 인수의향이 반갑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쓰러져가던 외환은행은 매각 뒤 회생의 길로 돌아섰다. 매각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틈입했다면 그 잘잘못을 문책해야 하지만 그로써 매각 전과정을 두고 옥석(玉石)을 가리지 않은 채 혐의 선상에 올릴 일만은 못된다.

당시 외환은행 매각 태스크포스 팀장이 자문료를 높이 책정하고 매각자문사 대표에게서 그 일부를 받아챙겼다면 그 검은 거래의 진상을 규명해야 함은 물론이다. 궁지에 몰린 회사 돈을 펑펑 쓰고 뒷돈까지 챙긴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그 돈이 50여개의 계좌로 쪼개진 6억원의 일부라는 정황은 범법의 범위가 두 피의자의 혐의 차원을 넘어설 개연성도 짚인다. 대검 역시 수사대상의 확대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또 다른 수사 축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관련 의혹이다. 당시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BIS 비율을 8% 아래로 낮춘 2003년 7월의 금융감독원행 ‘의문의 팩스 5장’으로 인수 자격을 얻었다. 당시 금융정책 관료들은 한결같이 무관하다지만 그로써 ‘정부의 혐의’를 씻긴 역부족이다. 투자와 불법, 정책과 책임간의 옥석 준별 역시 검찰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