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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06년 04월 18일(火)
킹 목사와 ‘경악할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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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1963년 8월28일 워싱턴의 링컨 기념관 앞에 모인 25만여명의 인파는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의 연설에 열광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도 감탄했던 이날 연설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연설로 칭송됐고, 약관 34세의 그를 역사상 가장 유명한 흑인 민권 운동가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는 워싱턴의 윌라드 호텔에서 연방수사국(FBI)의 도청장치 아래서 자신이 입버릇처럼 “섹스는 일종의 긴장 해소책입니다” 라고 말했던 대로 여자와 난잡한 밤을 지새웠다. 50년 동안 FBI 국장으로 8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을 정보 정치와 공작 정치로 벌벌 떨게 만들었던 에드가 후버에게, 급성장한 킹은 위험인물이자 제거 대상이었다. 후버는 64년 10월 킹의 노벨 평화상 수상이 결정되자 분노가 극에 달했다. 예의 그 정사 장면이 녹음된 테이프를 언론사에 보냈다. 이를 보도한 신문사는 없었다. 그러자 후버는 녹음 테이프를 아내인 코레타 스콧 킹 앞으로 보내 ‘가정 파괴’까지 시도했지만 킹은 ‘공작 정치’가 아닌 암살자의 총탄에 의해 39세의 생애를 마감했으며, 정작 후버 자신이 공작 정치가 탄로나 파멸의 길을 걸었다.

1997년 영국의 토니 블레어는 이른바 고급 와인에 빗댄 ‘97년산’ 매니페스토(manifesto) 를 앞세워 보수당의 18년 장기집권을 종식시켰다. 1834년에 처음 영국에서 등장한 매니페스토는 선언서, 성명서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도 매니페스토다. 정치적 의미는 ‘수치, 재원, 기한이 포함돼 있는 공약’이란 뜻이다. 정당정치의 원조인 영국에서 매니페스토의 역사가 170년이 넘다보니 국민적 신뢰도 대단하다. 2차대전 이후 제대로 정착됐지만 정당들은 선거의 주요공약이 담긴 매니페스토를 돈을 받고 팔고 있으며, 국민의 50%가 이를 제대로 읽는다고 한다. 더구나 주식 브로커들은 매니페스토가 곧 돈이라고 생각, 1초라도 빨리 새 매니페스토를 입수하려고 경쟁을 벌이며, 심지어 매니페스토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재판에 회부된 적도 있다고 한다. 이 두 얘기는 공작 정치와 정책 정치(선거) 란 말로 극명하게 대비된다.

‘참공약 선택하기’로 번역된 매니페스토는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에게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2006년 4월의 한국 정치 자화상은 킹이 당했던 공작 정치와 영국의 정책 정치가 혼재돼 있는 듯 하다. 2월23일 국내 정당으로는 처음 매니페스토 참여를 선언한 열린우리당은 정확히 52일 뒤 ‘주요 인사의 경악할 비리’ 라고 예고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별장 파티’ 의혹을 폭로했다. 선병석 전 서울시 테니스 협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던 이 시장의 거짓말을 밝힌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경악스러운 것이 없다. 그래서 “30대 여성 강사와 젊은 여성들이 참석했고 이 시장과 선 전회장은 여흥을 즐겼다”는 대목이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었을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비공식적으로 “동호인 야유회를 토요일 밤 10시에, 남자 5명 여자 5명 숫자를 맞춰서, 폭탄주에 노래방 기기까지 곁들여서 가나” “ 유명인은 아니지만 연예인도 들어있다” 는 등의 말도 흘러 나오고 있다. 성 추문을 겨냥한 은근한 의도가 읽힌다.

성 추문은 공작 정치의 악취를 짙게 풍긴다. 과거 민주인사, 야당인사를 탄압하던 독재정권의 전유물로 뇌리에 남아있다. 열린우리당은 “ 추가 폭로 사항이 있지만 법적인 책임 때문에 말할 수가 없다” 며 한발 물러서고 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수세에 몰리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구태 정치냐, 매니페스토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것 같다.

[[최영범 / 정치부장]] youngbcho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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