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자금’ 또 늘릴듯

국가채무로 분류되는 외환시장안정용국채(환시채)의 발행한도를 내년부터 10조원 이내로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했던 정부가 실제로는 올해보다 3조원 늘어난 14조원을 예산당국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정책효과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없이 무작정 운용규모를 늘려놓고 보자는 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재경부는 이달 제출한 ‘2007년도 예산 요구안’에서 내년도 환시채 발행한도를 올해(11조원)보다 3조원 늘어난 14조원으로 책정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올들어 1일평균 거래량이 60억달러(현물환 기준)에 달해 지난해(45억달러)보다 33%늘었다”며 “시장규모가 커짐에 따라 시장안정자금의 규모도 실제 사용여부와 관계없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환시채 발행을 통해 ‘실탄’(자금)을 마련한 후 환율이 급락할때 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고 있다.

이와 관련, 변양균 기획예산처장관은 지난 4월26일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면 외국환평형기금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면서 “재경부가 한도 증액을 요구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관가와 시장에선 이번 재경부의 요구안이 그대로 확정되거나 최소한 올해보다는 ‘증액’되는 선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환시채 발행 한도는 2002년 7조2000억원선이었으나 2004년 17조4000억원까지 치솟았으며 2005년(15조원)이후 줄고 있다.

문제는 환율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에는 막대한‘비용’이 들어가고 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된다는 점이다. 실제 2001~2005년 5년간 외국환평형기금의 손실규모는 16조원이 넘은 상태. 시장에서 사들인 달러가 환율하락으로 환차손이 발생했거나 (환시채) 조달금리보다 (한국은행에 예치한 달러의) 운용금리가 낮아 역(逆)마진이 발생한 결과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2005∼2009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선 환시채 발행규모를 2007년 10조원, 2008년과 2009년엔 각각 8조원 등으로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송길호기자 khs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