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포커스>홍대앞 클럽, 부활이냐, 몰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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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이냐, 몰락이냐. 이른바 ‘홍대 문화’의 주축을 형성해 온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들이 연합 전선을 형성, 관계 당국을 상대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한 클럽문화협회는 21일 “외국 뮤지션의 공연을 제한하는 불평등한 공연법, 서울시의 홍대 앞 문화지구 지정 보류 등으로 홍대 문화가 고사하고 있다”며 “오는 24일부터 차별과 무관심으로 죽어가는 홍대 문화를 살리기 위해 10만 서명운동, 문화지구 선정을 위한 연대 운동 등을 적극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중 음악의 소외된 장르나 밴드들의 실험무대로 통하던 홍대 클럽들은 지난해 인디밴드 ‘카우치’가 MBC생방송에서 ‘성기노출’사건을 일으킨 뒤, 가능한 한 목소리를 낮춰왔다. 그러나 홍대 클럽들은 “편협한 잣대로 클럽 전체를 매도하고 있다”며 “대중음악 활성화의 보루인 클럽을 살리기 위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 뮤지션 Yes, 외국 뮤지션 No = 클럽문화협회가 가장 흥분하는 부분은 외국 뮤지션의 공연을 제한하는 공연법이다. 현행 공연법에 따르면 클럽들이 외국인 밴드를 무대에 세우려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추천을 받아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공연비자’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클럽들은 추천서를 낼 때마다 단 한건도 허락을 받은 적이 없다. 영등위가 주류를 판매하는 홍대 클럽들은 일반 음식점이라는 관련법 규정 등을 이유로, “일반음식점에서 공연하는 뮤지션은 외국인 공연 추천 대상이 아니다”며 공연비자 추천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버드’ ‘막시밀리안 헤커’ 등 수많은 외국 뮤지션들은 ‘관광비자’나 ‘무비자’로 비밀공연을 하다 적발돼 공연을 중단하거나 취소해야 했다.

최정한 클럽문화협회 대표는 “관광비자로 내한했다가 쫓겨난 외국 뮤지션들은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돌아간다”며 “대중음악 공연의 산실인 홍대 클럽을 구시대적인 공연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영등위의 입장은 단호하다. 영등위 관계자는 “술집 공연은 유흥이 목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며 “공연법에 따라 (주류판매없는) 순수공연일 경우에만 추천을 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지구에서 소외된 홍대문화 = 클럽들이 참기 어려운 또 다른 상황은 겉과 속이 다른 관계 당국의 태도다.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 등이 공식가이드북과 웹사이트를 통해 홍대 클럽을 비롯한 홍대 문화 전반을 소개하면서도 정작 ‘문화지구’로 지정하는 데는 인색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 2002년 당선자 공약사항으로 내건 ‘홍대앞 클럽 문화지구 육성’은 2년 만에 서울시에 의해 보류 판정이 났다. 문화지구 제도가 인사동처럼 물리적 경관 보전을 중요한 지정 요인으로 삼다보니 홍대 지역의 문화 환경이 자연히 도마에 오른 것이다.

또 문화지구 지정이 오히려 지역의 지가상승을 부추기고 상업화를 촉진한다는 목소리도 홍대 문화 지구 선정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에 대해 클럽측은 “홍대 지역은 순수와 대중문화가 뒤섞인 독립 예술 중심의 독특한 문화를 기반으로 형성된 곳이기 때문에 그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말로만 홍대 클럽을 라이브 공연 활성화 지역이라고 떠들지 말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한다.

한나라당 정병국(국회문광위 소속) 의원은 이와 관련, “현재 문화클럽으로 알려진 홍대 클럽들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며 “구체적인 검토와 협의를 통해 이 문제를 9월 정기국회에 상정할지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고금평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