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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의 젊은 시각-소노다 시게토 게재 일자 : 2006년 08월 01일(火)
영어화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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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2~27일 ‘3박6일’의 고강도 일정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다녀왔다. 더반에서 열린 세계사회학회의 가운데 한국, 대만, 일본 사회학자들이 공동 주최한 ‘동아시아의 사회계층과 불평등’이라는 제목의 섹션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서울대 한상진, 성균관대 차종천 교수 등과 따뜻한 만남을 가진 덕에 남아공까지 편도 20시간 이상 걸리는 피곤한 출장이었음에도 분위기는 좋았다.

현재 사회과학 계열의 여러 학문은 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세계사회학회의에서도 공용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3가지였다. 특히 본 섹션은 영어로 보고와 토론이 이뤄져 영어를 할 수 없는 연구자는 시작부터 배제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학계에 영향력 있는 주요 인사들 대부분이 서양인이고, 아시아계 연구자도 필시 구미의 대학에서 학위를 얻은 사람들이다. 우수한 연구업적도 영어로 번역돼 서양에 소개되지 않는 한 주목받을 수 없다. 발표자들 중 영어 저작을 내놓지 않은 이들이 많았던 것이 우리들 섹션에 동아시아계 이외의 청중이 적었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몇 차례 섹션에 참가해 받은 느낌은, 서양 내부에서는 비교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독일인이건, 헝가리인이건, 프랑스인이건 국제회의에 참가한 학자들은 영어가 유창하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큰 장애가 없다. 그뿐 아니라 자료 공유나 연구자·학생들간 교류도 일상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게 쉬워 보였다. 영어화의 진전이 분명히 서양을 하나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에 비하면 아시아가 ‘하나’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료를 공유하고 싶어도 개념들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서로 다른 언어로 데이터를 모으기 때문에 비교연구를 하는 데 장애가 많다. 한국, 중국, 일본의 경우 같은 ‘유교문화권’에 속해 있다고 하지만 각기 다른 발음체계 때문에 세 언어를 같이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언어적 다양성이 아시아의 ‘횡적 연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아시아도 영어화해야 하는가.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아시아권에서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처럼 영국·미국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지역에서는 많은 이들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이런 나라에서는 영어 능력이 직업선택권과 교육,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영어를 할 수 없으면 대학에도 진학할 수 없고, 그 결과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화이트칼라라고 하는, 무엇보다 부를 획득하기 쉬운 방법을 확보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반면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처럼 영·미 식민지 경험이 없는 나라들에서는 사람들의 영어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영어가 소득을 결정짓는 그런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영어 능력과 수입의 많고 적음이 무관한 셈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쪽 나라들 사정도 달라질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아버지만 한국에 남아 영어권 국가로 유학간 자식과 어머니에게 돈을 보내는 ‘기러기 아빠’가 문제가 되고 있다는데, 그것은 아이들에게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부모들이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구미 유학열이 거세고, 구미 유학파 출신들이 고국에 돌아와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일본도 경력을 쌓기 위해 구미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어교육열의 확대는 아시아 각지에서 영어 커뮤니케이션을 쉽게 해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옛 영미권 식민지 국가에서 나타난 것처럼 영어 능력에 따라 계층화가 진행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습득하려면 상당한 교육 투자가 필요한데 그것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화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이번 세계사회학회의에서도 자세히 발표됐는데, 그 발표들을 듣는 청중들이 현상을 모두 비슷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도 인상 깊었다. 고유한 언어를 가진 한국, 중국, 일본 이 세 나라는 영어능력에 따른 계층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면서 영어화의 파도에 대해 서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동아시아는 비꼬아 말하자면, 그런 고민들 속에 ‘하나’가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노다 시게토 · 와세다대학원 동아시아태평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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