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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의 젊은 시각-소노다 시게토 게재 일자 : 2006년 10월 24일(火)
속(續) 김치의 글로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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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 연재를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썼던 것이 ‘김치의 글로벌화’에 대한 것이었다. 일전에 역시 이 칼럼에서 소개한 바 있는 ’아시아 바로미터’의 2006년 테마가 정해졌는데, 거기에서도 김치의 소비에 대해 흥미로운 정보를 얻게 돼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 아시아 바로미터가 조사대상으로 정한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홍콩, 대만, 베트남, 싱가포르다. 이번 조사에서 어떤 요리를 좋아하는지 물었는데 “김치가 좋아 잘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5%로 나타났다. 물론 나라와 지역에 따라 실제 좋아하고 즐기는 양상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인들 중에는 “김치가 좋아 잘 먹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67.3%였던 반면 일본 29.4%, 대만 27.2%, 베트남 18.5%, 중국 15.6%, 홍콩 14.3%, 싱가포르 11.9% 순이었다.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일수록 김치 애호가가 적어지는 양상을 보이긴 했지만 싱가포르에서도 12% 가까운 응답자가 김치를 좋아한다고 대답한 것을 보면, 김치가 아시아 유교권 국가들에서는 상당부분 시민권을 얻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한국 밖의 지역에서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 김치의 인기가 높았다. 일본과 대만에서는 김치를 좋아한다고 답한 사람들중 20대 비율이 36~39.9%로 높았다. 중국에서도 20대 연령층에서는 19.5%가 김치를 좋아한다고 말해 평균을 웃돌았다. 김치의 글로벌화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김치 ‘종주국’인 한국에서는 김치를 좋아하고 잘 먹는다는 사람들 중 60대가 82.3%로 압도적이었고 20대에서는 47.6%로 애호 비율이 뚝 떨어졌다. 해외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김치의 인기가 높은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오히려 김치를 시큰둥하게 본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아시아 각지에서 젊은 세대들의 입맛이 서로 닮아가는 현상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 자체는 아시아 각국에서 공통되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김치와 마찬가지로 글로벌화된 일본의 스시를 보자. 일본 내에서는 스시를 즐긴다는 응답자 중 나이든 사람들이 많았던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젊은이들의 선호도가 훨씬 높았다.

그 결과 한국의 20대에 한정하면 김치를 좋아한다는 응답보다도 스시를 좋아하고 잘 먹는다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 ‘한국인들은 김치를 좋아하고 누구든 잘 먹는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맥도널드화’라든가 ‘코카콜라화’라고 하는 말이 상징하는 것처럼, 먹을거리의 글로벌화를 둘러싸고 미국발 패스트푸드가 세계를 석권하고 있다는 주장이 많지만 유교권 아시아에서 음식문화의 글로벌화는 그런 관측과는 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서도 햄버거를 좋아한다는 젊은층은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김치나 스시, 페킹덕(베이징식 오리요리), 홍콩의 딤섬 같은 아시아 지역의 요리가 햄버거보다 인기가 많았다. 20대 젊은층들로 조사대상자를 한정해도 한국, 대만, 홍콩에서 음식문화의 글로벌화가 곧 미국화를 의미한다는 증거는 없었다.

식생활의 이런 변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있다 해서 놀랄 것은 없다. 실제 국제관계론에서는 문화의 수용이 문화 생산국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국제정치에서도 그 국가의 영향력을 높인다는 주장이 많다.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파워론은 그런 주장의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김치의 글로벌화는 아시아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나 공헌을 하고 있을까? 한국 드라마와 남자 배우가 일본 총리 부인을 한국 팬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김치 붐도 과연 그렇게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을까?

대답은 “노(No)”다. 이번 아시아 바로미터에는 자국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항목도 들어 있었는데, 김치를 좋아하고 잘 먹는다는 한국 이외 지역 국민들 중에서 “김치 때문에 한국에 대한 평가가 바뀌었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김치를 먹는 것과, 한국의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는 것은 별개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김치의 맛이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인정을 받는 것으로 족하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김치의 글로벌화 문제에서 아직은 생각할 거리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

[[소노다 시게토 / 와세다대학원 동아시아태평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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