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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게재 일자 : 2006년 11월 02일(木)
만델라 “숙적에 용서와 애도”
인종분리 앞장 남아공 보타 前 대통령 사망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어두운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이지만 우리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악명 높은 인종 분리(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PW 보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자,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숙적의 마지막 길에 용서와 애도를 보냈다. 일생의 적이었던 보타를 용서하고 추모한 만델라의 모습은 다시한번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1일 국제앰네스티 인권상을 받기 위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만델라는 “많은 이들에게 보타씨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징으로 남겠지만 그가 평화로운 협상의 기반을 닦아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애도했다. 만델라는 “감옥에 있는 동안에 보타씨와 협상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에서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었다”며 고인을 치하하고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1978~1989년 대통령을 지낸 보타는 흑백 분리를 고수하고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만델라 석방을 끝내 거부한 장본인. 다혈질에 싸움꾼으로 유명했던 보타는 ‘늙은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렸으며, 가혹한 흑인탄압 때문에 남아공의 ‘백인언론’들로부터도 비난받았었다. 그의 집권 시절 3만명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다 투옥됐고 숱한 사람들이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당하고 살해됐다. 그러나 1994년 집권 뒤 과거사 문제에서 ‘잊지는 않지만 용서한다(forgive without forgetting)’는 원칙을 내걸었던 만델라는 흑인 피해자들의 반발을 무릅써가며 백인들을 끌어안았고 한때 자신을 테러범으로 몰아붙였던 보타와도 만남을 가졌다.

보타의 사망은 만델라가 세운 ‘망각 없는 용서’ 원칙이 남아공에 뿌리내렸음을 세계에 확인시켜줬다. 타보 음베키 현 대통령은 만델라의 뒤를 이어 보타를 애도하며 측근을 유족에게 보냈다. 음베키 대통령의 아버지 고반 음베키는 보타 정권 시절 만델라와 함께 로벤섬에 수감됐었고, 음베키 대통령의 아들과 남동생도 보타 정권의 하수인에게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음베키 대통령은 “보타는 어려운 시절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며, 서로 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타의 유족들은 국장 대신 가족장을 치르기로 했으나, 남아공 관공서들은 오는 8일 장례식 때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고 BBC, AFP 등 외신들은 전했다.

구정은기자 koj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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