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때 실탄 쓸것”

‘시장개입 안하나, 못하나?’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고 있는데도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궁금증을 키우고 있다. 환율이 급락할 경우 전세계 모든 외환당국이 시행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조차 보이지 않자 일부러 안하는 것인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90원 급락한 916.4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1997년10월22일(915.10원) 이후 9년1개월여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도 큰 일이지만, 환율이 하루에 7.90원까지 급락하는데도 하락폭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실제로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6일 오후 “다른 통화에 비해 원화의 상대적인 절상(가치상승) 폭이 과도한 것이 문제”라며 “필요시 조치를 취하겠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그는“내년 경상수지 전망 등을 감안할 때 환율 방향이 반전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일방적으로 미 달러화를 매도하고 있는 수출업체들이 낭패를 볼 수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그는 또 ‘외환시장에 개입할 여력이 충분하냐’는 질문에 대해 “실탄은 얼마든지 있다”며 “다만 무작정 사용하면 낭비할 수도 있는 만큼 적절한 시기에 실탄을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은 외환당국의 ‘구두경고’를 완전히 무시했다. 실제로 6일 원·달러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온 뒤 더 추락했다. 구두 경고만 나왔을 뿐 실제로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물량이 아주 미미하자 달러화 실망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못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미 달러화를 사들이면 대신 원화가 시중에 풀리게 되는데, 이를 다시 거둬들이지 않으면 시중에 유동성이 지나치게 많아지기 때문에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환수해야 한다. 문제는 통안증권을 발행하면 이자를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통안증권 이자는 해마다 불어나 지난해에는 6조1440억원에 달했으며 현재의 추세라면 올해는 7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에 대한 국회의 통제가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과거에는 국회의원들이 별로 관여하지 않던 외환 영역에 대해 참여정부 들어 국회의 견제가 심해지면서 통안증권 이자 등 환율 방어를 위해 비용을 많이 쓰면 국회에서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따라 외환당국의 말과는 달리 실제로는 외환당국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실탄’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