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6.21 금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06년 12월 12일(火)
이미륵과 에르하르트, 그리고 곤노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1919년 가을. 한반도의 북쪽 압록강 나루터에서 한 젊은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인부들이 수풍댐 건설에 동원돼 공사를 하다 수시로 수몰되는 광경을 보면서… 당시 이 공사에 동원된 조선인부는 3만명. 이중 3000여명이 공사중 수장됐다.

그때 마침 서양(독일)의 한 신부가 지나가다 이 젊은이에게 우는 이유와 어딜 가는지 물었다. 신부는 독일에 오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었다. 그후 그는 조국의 아픔을 뒤로 한 채 때로는 기차를 타고, 때로는 걸어서 상하이(上海)까지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독일 행 배에 승선했다. 그는 서울을 떠난 지 석달스무날 만에 독일땅을 밟았다.

그러나 그는 주소가 바뀌어 그 신부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한 독일의 젊은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그는 그녀의 도움으로 뮌헨대에서 공부, 동물학 박사가 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다 작가로 변신한 그는 작가와 교수로 활동하다 1950년 세상을 떠난다. 그가 바로 ‘압록강은 흐른다’의 저자 이미륵이다. 이 소설은 독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다.

1960년 여름. 한국의 한 젊은이가 에르하르트 경제장관과의 면담을 주선해달라며 대학 때 은사인 에를랑겐대 프리츠 포크트 교수를 찾아 1주일째 애원하고 있었다. 덕분에 장관 대신 차관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그리고 3000만달러 차관을 내락 받는다. 그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어 통역관이자 1차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입안한 백영훈 교수다.

그러나 지급보증 없이는 곤란하다는 소리에 또 한번 좌절을 맛본다. 대표단을 서울로 보내고 혼자 남은 그는 20여일을 눈물로 보낸다. 그때 노동부 공무원인 독일 친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었다. “너희 나라에는 실업자가 많지?” “그렇다.” 그는 다음날 노동부 국장 한명을 데리고 와 서류를 내밀었다. 차관 담보안인 광부 5000명과 간호사 2000명 파견서류였다.

1961년 말. 독일 언론에서는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들을 ‘살아있는 천사’로 묘사한 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 국빈방문 초청을 받았다. 총리가 된 에르하르트는 박 대통령의 손을 잡고 지원을 약속했다. 한발 더 나아가 ‘라인강의 기적’을 예로 들며 경부고속도로와 제철산업, 자동차산업, 정유산업, 조선산업 등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한·일협정’을 맺을 것도 주문했다. ‘한강의 기적’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당시 독일 인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국인을 만나면 이미륵을 얘기했다. 그들은 ‘한국 = 이미륵’으로 알고 있었다.

1960년 가을. 백영훈 박사는 경부고속도로 타당성조사를 위해 일본의 고이치 센터의 곤노 아키라 박사를 만난다. 곤노 박사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을 할 것을 주문했다.

“반도체 산업을 하려면 공기가 맑아야 하고, 물이 깨끗해야 하며, 섬세한 손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들 3박자가 모두 갖춰져 있다. 일본은 불행하게도 태풍이 수시로 찾아오며, 해풍의 짠바람이 불고 있다.” ‘한강의 기적’ 뒤에는 이미륵과 에르하르트총리, 그리고 곤노 박사 같은 조연도 있었던 것이다.

최근 ‘한강의 기적’이 점점 옛날 얘기가 돼가고 있다. 수년 째 경제성장률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 MIT대 레스터 서로 교수는 얼마전 ‘세계 경제전쟁’(Head to Head)이란 저서에서 100년 후에 20대 강대국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장거리 선수가 못된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2002년 “역사는 전략적 실수를 하는 민족에게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를 두고한 말이 아니길 빌어본다.

[[오창규 산업부장]] chang@munhwa.com
[ 많이 본 기사 ]
▶ ‘인재영입’ 한국당, 박찬호·이국종·이재웅 거론
▶ “왜 나이어린 앵커만 선호하나”…중년 女앵커들 소송
▶ ‘미스트롯’ 가수 송가인 교통사고…동승자와 병원행
▶ “北 어민들 귀순 동기는 한국영화 시청·가정 불화”
▶ 전북교육청,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이명수 “아직은 영입대상 인물들 의사와 무관한 단계”2천명 인재 DB 중 164명 1차 영입대상 분류…9월 말 성과 목표 내년 총선을 염두에..
mark돈 받고 이웃 어린이들 불러 성관계 보여준 부부 체포
mark시진핑, 평양 도착… 김정은과 정상회담
홍석천, 미국 플레이보이지에 나왔다···드레스에 킬..
“왜 나이어린 앵커만 선호하나”…중년 女앵커들 소..
전자담배 폭발…17세 청소년, 아래턱·치아 부서져
line
special news ‘미스트롯’ 가수 송가인 교통사고…동승자와 병원..
인기 트로트 오디션인 ‘미스트롯’ 초대 우승자인 가수 송가인(32·본명 조은심)이 교통사고로 다쳤다.20일..

line
전북교육청,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
“北 어민들 귀순 동기는 한국영화 시청·가정 불화”
北김정은 “인내심 유지할 것…한반도 문제 해결 성..
photo_news
패션모델 한혜진, 까맣게 칠한 전신누드 화보..
photo_news
김주하, 뉴스 진행 중 식은땀…돌연 앵커 교체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1996년 노래 ‘버스 안에서’ 플레이…‘쌤’들과 소통한 1999년생..
[인터넷 유머]
mark보험금 mark택시 운전 첫날
topnew_title
number “강인이가 살짝 선을 넘어요”…U-20대표팀 ..
김여정, ‘그림자’ 벗고 영접단 전면에…현송..
정세현 “시진핑 방북에 북핵협상 3자→4자로..
이정은6 “집에서도 부모님이 ‘식스’로 불러요..
YG 신임 대표, 황보경···양현석·양민석 사퇴..
hot_photo
결혼·임신 ‘속전속결’…이필모·서..
hot_photo
김태호 PD, MBC 새 예능 촬영 ..
hot_photo
김민석, 박유나와 열애설 부인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