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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06년 12월 12일(火)
이미륵과 에르하르트, 그리고 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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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가을. 한반도의 북쪽 압록강 나루터에서 한 젊은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인부들이 수풍댐 건설에 동원돼 공사를 하다 수시로 수몰되는 광경을 보면서… 당시 이 공사에 동원된 조선인부는 3만명. 이중 3000여명이 공사중 수장됐다.

그때 마침 서양(독일)의 한 신부가 지나가다 이 젊은이에게 우는 이유와 어딜 가는지 물었다. 신부는 독일에 오면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었다. 그후 그는 조국의 아픔을 뒤로 한 채 때로는 기차를 타고, 때로는 걸어서 상하이(上海)까지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독일 행 배에 승선했다. 그는 서울을 떠난 지 석달스무날 만에 독일땅을 밟았다.

그러나 그는 주소가 바뀌어 그 신부를 만나지 못했다. 대신 한 독일의 젊은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그는 그녀의 도움으로 뮌헨대에서 공부, 동물학 박사가 된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그리다 작가로 변신한 그는 작가와 교수로 활동하다 1950년 세상을 떠난다. 그가 바로 ‘압록강은 흐른다’의 저자 이미륵이다. 이 소설은 독일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다.

1960년 여름. 한국의 한 젊은이가 에르하르트 경제장관과의 면담을 주선해달라며 대학 때 은사인 에를랑겐대 프리츠 포크트 교수를 찾아 1주일째 애원하고 있었다. 덕분에 장관 대신 차관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그리고 3000만달러 차관을 내락 받는다. 그가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독일어 통역관이자 1차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입안한 백영훈 교수다.

그러나 지급보증 없이는 곤란하다는 소리에 또 한번 좌절을 맛본다. 대표단을 서울로 보내고 혼자 남은 그는 20여일을 눈물로 보낸다. 그때 노동부 공무원인 독일 친구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주었다. “너희 나라에는 실업자가 많지?” “그렇다.” 그는 다음날 노동부 국장 한명을 데리고 와 서류를 내밀었다. 차관 담보안인 광부 5000명과 간호사 2000명 파견서류였다.

1961년 말. 독일 언론에서는 한국의 간호사와 광부들을 ‘살아있는 천사’로 묘사한 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박정희 대통령은 독일 국빈방문 초청을 받았다. 총리가 된 에르하르트는 박 대통령의 손을 잡고 지원을 약속했다. 한발 더 나아가 ‘라인강의 기적’을 예로 들며 경부고속도로와 제철산업, 자동차산업, 정유산업, 조선산업 등을 할 것을 주문했다. ‘한·일협정’을 맺을 것도 주문했다. ‘한강의 기적’의 아이디어가 나오는 순간이었다. 당시 독일 인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국인을 만나면 이미륵을 얘기했다. 그들은 ‘한국 = 이미륵’으로 알고 있었다.

1960년 가을. 백영훈 박사는 경부고속도로 타당성조사를 위해 일본의 고이치 센터의 곤노 아키라 박사를 만난다. 곤노 박사는 반도체와 전자산업을 할 것을 주문했다.

“반도체 산업을 하려면 공기가 맑아야 하고, 물이 깨끗해야 하며, 섬세한 손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이들 3박자가 모두 갖춰져 있다. 일본은 불행하게도 태풍이 수시로 찾아오며, 해풍의 짠바람이 불고 있다.” ‘한강의 기적’ 뒤에는 이미륵과 에르하르트총리, 그리고 곤노 박사 같은 조연도 있었던 것이다.

최근 ‘한강의 기적’이 점점 옛날 얘기가 돼가고 있다. 수년 째 경제성장률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미국 MIT대 레스터 서로 교수는 얼마전 ‘세계 경제전쟁’(Head to Head)이란 저서에서 100년 후에 20대 강대국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 장거리 선수가 못된다는 것이다.

토인비는 2002년 “역사는 전략적 실수를 하는 민족에게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를 두고한 말이 아니길 빌어본다.

[[오창규 산업부장]] ch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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