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들 어떻게 볼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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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패망 때 한국에 있던 일본인을 한국인들이 학대한 것처럼 기술해 파문이 일고 있는 소설 ‘요코 이야기’를 국내 출판사가 펴낸 것과 관련,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재일 한국인 학자 고길희(43·일본 야마가타대 교수)씨는 “문학작품을 통해 일본=가해자, 한국=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통념을 넘어서려는 의도였겠지만, 아직 한·일 양국이 역사인식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상황에서 국내 출판을 한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한국역사를 연구한 일본 사학자인 하타다 다카시(1908~1994)에 관한 논문으로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로 평소 한·일 양국의 각종 매체에 기고한 글을 통해 양국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을 촉구해왔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과연 그 소설을 어떻게 읽을까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국에서 13년 전부터 교재로 채택됐다는데, 이 시기부터 활동이 활발해진‘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 등 일본 우익들이 얼마나 반가워했을지를 상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어느 출판사를 비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사회가 아직 과거 청산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 교수는 “한·일 양국 관계를 논하는 데 있어 ‘문화적 측면’과 ‘역사적 측면’이 분리되어 왔다는 점을 직시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과거 청산이라는 입장에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일본문학에 빠진 사람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반면, 일본어나 일본문학을 중심으로 ‘문화’를 이야기해온 사람들은 역사 문제는 가능한 한 언급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어와 일본문학을 전공하는 젊은이들이 일본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분위기는 역사 청산문제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과거 역사 문제를 엄정히 해결하려는 노력이 한·일 양국 정치인과 지식인들 사이에 활발히 이뤄지는 한편 양국 젊은이들의 문화 교류가 바람직한 미래의 관계를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너그러운 시각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젊은이들이 일본문학을 접한다고 해서 곧바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버리거나, 역사인식을 무시할 거라고 결론 내리는 건 성급한 것이지요. 일본의 ‘한류 붐’과 한국의 ‘일본문학 붐’이 역사와 문화의 균형을 잡아가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는 그러나 “아베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인식에서 보듯 일본 지도층은 과거 일제 역사에 대해 대충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에 한국인이 일본인을 학대했다는 내용을 담은 책을 한국에서 출간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재강조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