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兵風·單風… 2007년엔 무슨 風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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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의 해에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다. 예상하지 못한 돌발 변수들이 마구 쏟아진다. 역대 대선 경험이 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세론’의 안정성에도, ‘바람’의 파괴력에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뼈 아프게 대세론의 실패를 경험했던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세론’에 안심하지 못하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이러한 불가예측성은 2007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에도 연초부터 ‘폭탄’이 터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이은 고건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여기에 19일 법원의 열린우리당 당헌개정 무효판결로 인한 2·14 전당대회 무산위기 등은 파란만장한 1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지난 2002년 대선의 드라마틱했던 선거전을 되돌아보고, 2007년 대선을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예측해본다.

16대 대선의 해인 2002년 한 해는 ‘대세론’과 ‘바람’의 대결이었다.

문화일보와 여론조사전문기관인 TN소프레스가 공동으로 실시한 그해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그래픽 참조) 한 장은 1년 동안 벌어진 격동의 파노라마를 그대로 담고 있다.

2월 ‘이회창 46.9% 대 노무현 28.8%’으로 시작된 그해 선거전은 12월19일 ‘노무현 48.9% 대 이회창 46.6%’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2.3%포인트(57만여표) 차이다.

◆총괄:네 번이나 1위 뒤바뀌어 = 기본구도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후보의 대세론과 노무현 민주당후보의 ‘노풍’(盧風) 간 대결구도가 지속되는 양상이었다. 여기에 6월 월드컵 신화를 바탕으로 ‘정몽준 바람’(鄭風)이 가세했다. 이들 주요 세 후보의 지지율은 1년간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숨막히는 1위 다툼을 벌였다. 네 번에 걸쳐 1위 자리가 바뀌었을 정도로 혼전을 거듭했다.

선거를 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11·25)에 이뤄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로 또 한번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막판 한 달가량은 예측불허의 오차범위 내 접전이 치열했다. 그해는 유난히 바람이 많았고 이들 바람은 여론조사에 여실히 반영됐다. ‘노풍’, ‘정풍’, ‘단풍’(單風·후보단일화 바람) 뿐이 아니다. ‘병풍’(兵風·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기피 의혹사건), ‘북풍’(北風·북한 핵프로그램 재개), ‘미풍’(美風·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등은 선거국면을 확 바꿔놓았다.

◆대세론 위협한 노풍·정풍 = 그해 초 이 후보는 지지율 50%에 육박하며 노 후보를 20%포인트가량 차이로 앞서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전국순회 국민참여경선은 노 후보에게 뜻밖의 선물을 안겨줬다. 3월 처음으로 노 후보가 1.1%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를 역전했다. 여론조사상 첫 변곡점을 알리는 결과였다. 기세를 타고 4월 노 후보는 56.2%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풍이 태풍으로 돌변한 시기였다.

당시 이 후보는 ‘호화빌라’ 파문 속에 갇혀 있었다. 당시 대통령 성향으로 ‘보수’(17.5%)보다 ‘진보’(71.7%)를 원했던 분위기도 한몫했다. 그러다 노 후보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연대를 시도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7월 노 후보(25.6%)는 결국 이 후보(39.4%)에게 1위를 내주었다.

6월 월드컵 신화와 함께 혜성처럼 등장한 정 후보는 10%대에서 20%대, 30%대로 수직상승을 거듭했다. 정몽준 폭풍의 소용돌이에 노 후보가 떠내려갈 판이었다.

8월 조사에서 ‘병역비리의혹이 사실일 것’(51.7%)이란 여론 등 ‘병풍’에 시달린 이 후보는 30%초반대에 발이 묶였다. 추석 직후인 9·22조사에서 이회창 31.3%, 정몽준 30.8%, 노무현 16.8%를 기록했다.

◆후보단일화 바람(단풍)의 괴력 = 10·17조사에서 다자대결 시 지지율은 이회창 34.0%, 정몽준 31.1%, 노무현 18.0% 등이었다. 다자구도 시 필패한다는 위기의식은 ‘정·노 단일화’ 논의를 촉발시켰다. 11·8조사에서 다자대결 지지율 역시 이회창 37.2%, 정몽준 22.2%, 노무현 21.4% 등이었다. 단일화 시 조사결과는 달랐다. ‘이회창 대 정몽준=41.6% 대 43.2%’으로 정 후보가 이겼다. ‘이회창 대 노무현’(44.4% 대 41.7%)에서는 노 후보가 지는 걸로 나왔다.

그러나 11월25일 새벽, 여론조사에 의한 후보단일화는 노 후보 쪽으로 결론이 났고,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노 후보(48.2%)는 이 후보(39.1%)를 9.1%포인트차로 앞섰다. 단일화에 대한 여론도 긍정(55.7%)이 많았다.

◆선거기간 중 숨 막히는 접전 = 선거 막판에 여러 대형변수가 쏟아졌다. 당시 여론은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의정부 여중생사망사건과 관련, ‘반미감정 확산은 당연할 일’(85.7%)이라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북핵문제도 터졌다. 그러나 노 후보의 승리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선거기간 중 수도권 지지율은 널뛰기를 반복했다. 부동층도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했다. 40대 전반(45세 이하)까지는 노 후보에게, 40대 후반(46세 이상)은 이 후보에게 쏠렸다. 두 후보 지지율은 노 후보가 9.1%포인트(12·4조사), 6.1%포인트(12·11조사), 6.6%포인트(12·17조사) 앞섰다.

1년 전쟁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김상협·이현미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