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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게재 일자 : 2007년 01월 24일(水)
‘요코 이야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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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986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출판사에서 나온 ‘대숲으로부터 멀리(So Far from the Bamboo Grove)’가 2007년 미국 속의 한인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요코 이야기’로 번역 출판된 이 책에 감정적인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대응해야 할까.

11세 일본 소녀가 1945년 여름 일본으로 쫓겨가던 고난의 과정을 소설화한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이지만 소설이다. 소설은 창작이다. 아무리 자전적인 소설이라 해도 창작이다. 소설을 사실과 혼동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는 작가가 표현한 ‘자전적’ 소설이라는 어휘에 있다. 독자들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 어디까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중년의 어머니와 틴 에이저인 언니와 함께 나남의 대숲에 둘러싸인 정든 ‘고향집’을 떠나 원산·서울·부산에 닿는 고통의 여로에서 작가는 북한 공산당원들의 일본인 학살과 테러, 여자들 강간, 살인을 목격했고 생사의 기로를 넘었을 것이다. 이것은 필자가 알기에도 사실이다.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한국인 다수가, 아니면 절대 다수가 떠나는 일본인들에게 “잘 가라” 고 작별인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40년 식민지 시대의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소수의 한국인들이 도망하는 일본인들을 추격해 살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한이 너무 커서. 그러나 그 소수가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식민지시대가 끝나면서 치안의 공백이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11세 소녀의 눈에 한국인 다수가 일본인들을 죽이려 했던 것으로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 다수가 그랬다면 소녀도, 일본인 절대 다수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작가는 공산당원을 지적한 것으로 안다. 마지막 11장에서 작가는 한국인 김씨 일가가 죽음을 무릅쓰고 소녀의 오빠를 구해주고 무사히 임진강을 건너도록 돕는 인간애를 그리고 있다.

작가가 어린 나이에 겪은 고통스러운 여로를 필자는 동정한다. 다만 작가가 서문에서나 후기에서, 한국인들이 왜 도망가는 일본인들에게 친절할 수 없었는지 그 이유를 간단하게라도 서술했더라면 독자들의 이해를 넓혔을 것이고 한국인들의 반감을 줄였을 것이다. 일본 여자들을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은 모두 6개의 문장이지만 어린 독자들에게 주는 충격은 매우 클 수 있다. 이 소설이 청소년 소설이라면 작가는 그 대목에 더욱 주의했어야 했다.

이 소설은 모두 183쪽인데 101쪽부터 일본에 당도해서 겪은 고통의 삶이 나온다. 소녀의 어머니는 교토 기차역에서 거지 생활을 하다 죽는 것으로 나온다. 두 소녀의 고통스러운 삶은 일본에 닿아서도 계속된다. 집 없는 아이들이 기차역에서 쓰레기통을 뒤지며 학교에 가는 생활이 정말 실화인지 알 수 없지만, 극한 상황은 눈물겹도록 이어진다. 열 살 때 6·25를 경험한 필자는 자기 나라에 돌아가서 당한 소녀의 서러움이 비애를 자아냈다.

어머니의 시신을 화장터로 가져가는 과정, 화장터에서 남은 뼛조각을 주워 항아리에 담는 어린아이들, 그 항아리를 소중하게 그들의 작은 다다미방에 모셔놓고 절하는 어린아이들을 국적을 떠나서 동정하게 한다. 이 작가의 이야기 구성이나 표현은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사실적이다. 그래서 이 책을 그냥 배척하기는 어렵다. 소설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등학교 선생님들이나 도서관 도서 구입위원회는 이런 소설을 추천하거나 구입할 때 조금 더 인종이나 민족감정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며 현실적으로 한국계 인사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계 인사들의 참여가 더 절실하고 필요하다.

작가의 창작은 존중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 또한 존중돼야 한다. 대신 자유는 윤리적인 책임을 동반한다. 작가는 독자의 감정을 가능하면 상하지 않게 해야 한다. 11세 일본 소녀의 고통이 50년 후 다른 한국 청소년과 한국인의 고통으로 전가돼서는 안된다. 한국인들은 지나치게 소설 작품에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소설을 쓰면 된다.

[[최연홍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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