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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07년 01월 25일(木)
‘요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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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국제정치학 이론이 있다. ‘민주적 평화론’이다. 미국에 이런 정치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그 중 하나다. 그는 1994년 민주적 평화론을 강조하면서 전세계 국가의 민주화를 주창하기까지 했다.

그해 클린턴 대통령은 중남미의 아이티 공화국에 군대를 파견했다. 좋은 말로 파견이지, 실제로는 침략이었다. 아이티 파견의 명분은 아이티가 민주화되면 전제정치가 종식되고 남의 나라를 침략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었다. 즉 군대 파견은 아이티 민주화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때 미국은 다음의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아이티 민주화를 위해 스스로 타국을 침략한 민주국가가 된 것이다.

왜 이런 모순이 발생할까. 스스로를 정의로 여긴 데서 발생한다. 자신이 하는 일은 언제나 정의롭고 그래서 남의 비판에는 눈이 멀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이 ‘민주화’의 환상으로 인해 스스로 함정에 빠져들듯, 한국인도 곧잘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들 때가 있다. 이번엔 일본계 미국인의 소설 ‘요코 이야기’ 때문이다.

‘요코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세 모녀가 일본 패망 직후 서울을 거쳐 부산으로 이동하는 동안 조선인 남자들이 일본 여성에 대해 성폭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의 민족주의적 네티즌들은 이 대목에서 분노하고 있다. 마치 일본인은 피해자이고 한국인은 가해자인 듯 묘사함으로써 한국인을 모독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과연 소설은 당시의 한국 상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려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이 일제에 의해 침략당하고 식민지배를 받았다 해서 당시의 한국인은 모두 선한 자들일 것이라는 추정은 불행히도 설득력이 없다. 요코의 세 모녀가 부산으로 가는 동안 일본인은 약자였고 한국인은 강자의 입장에 있었다. 한국인은 강자의 위치에 설 때 일본인들이 저질렀던 죄악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사건이나 역사도 민족 개념이 끼어들 경우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 경우가 그렇다.

이 세상에 집단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개인적 정의가 있을 뿐이다. 민족이라는 집단은 도덕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신우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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