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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문화] 게재 일자 : 2007년 02월 06일(火)
일흔살 넘어 삶을 김매기하다
산문집 ‘호미’ 펴낸 박 완 서 씨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원로 소설가 박완서씨가 경기 구리시 아차산 기슭의 자택 정원의 채마밭을 돌보고 있다. 지난해 4월 박씨의 장녀 호원숙씨 촬영.
“날마다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자연의 질서와 그 안에 깃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를 함께 공감하고 싶었어요. 70을 넘긴 사람이 토막글을 묶어 낸 것은 제 뒤에 오는 중년, 이제 자라나는 아이들과도 소통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겠지요.”

70세가 넘어서 쓴 글들을 모아 산문집 ‘호미’(열림원 발행)를 펴낸 원로 소설가 박완서(76)씨. 그는 책 머릿글에서 “때로는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이번 산문집은 서울에서 벗어나 교외에서 사는 삶의 자족감을 담고 있다. 경기 구리시 아차산 자락에 살고 있는 그의 기쁨은 100여가지에 달하는 꽃과 나무에게 말을 걸고, 때마다 꽃과 열매를 피우는 그들의 이쁜 짓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들은 내가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이다. 그래도 나는 기다린다. 기다리는 기쁨 때문에 기다린다.’

그는 전원생활을 통해 새삼 자연의 질서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는 한편 또한 두려움을 경험한다. 집을 에워싸고 있는 숲이 바람에 흔들리며 진녹색으로 두텁게 번들거릴 때는 중생대의 공룡을 만난 것처럼 공포감이 엄습한다는 것이다.

산문집은 그가 노년에 이르러 즐기고 있는 여행 소감을 통해 사람살이의 모습을 담는다. 그는 중국 황산(黃山)의 여행길에서 가마꾼들의 노고에 미안해하다가 그들이 가마비를 사기쳤다는 것을 알고 마음을 상한다. 그리고나서 드는 생각. ‘나의 휴머니즘이 이처럼 얄팍하구나.’

산문집의 뒷부분은 그에게 세상 사는 힘을 불어넣어줬던 지인들의 삶을 반추하고 있다. 어머니, 시어머니, 할아버지 등 고통의 현대사를 가로지르며 가족을 지켜낸 선대의 슬기에 겸허히 옷깃을 여민다. 또한 박수근, 김상옥, 이문구 등 앞서 간 예술인들의 삶이 얼마나 깊이와 넓이를 갖췄는가를 따뜻한 시선으로 되돌아본다.

산문집이 그의 소설과 닮은 것은, 사람살이에 대한 기본을 강조하며 부정과 부도덕이 판치는 당대에 대한 한탄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늘의 주역인 삼사십대의 본데없음과 상상력 결핍은 우리가 저들을 어떻게 길렀기에 저 모양이 되었나, 죄책감마저 들게 한다.’

‘도덕성 하나는 역대 정권보다 좀 나을 줄 알았던 참여정부의 여전한 몇백 몇천억 대의 하늘 무서운 부정한 돈 냄새, 그 얼굴이 그 얼굴인 권력 주변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얼굴들을 볼 때마다 이러고도 나라가 안 망하는 게 이상할 지경이었다.’

‘우리(70대)는 자식은 정직하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키워야 하는 줄 알았고 가난보다는 부정이나 부도덕을 능멸했고, 단 돈 몇 푼도 빚지고는 못 살 만큼 남의 돈을 두려워했다.’

이런 대목과 관련, 그는 “어른으로서 제 목소리를 냈을 뿐”이라며 “시류에 너무 아부하지 않고 늠름하게 어른으로 서서 이 세상엔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내외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재미 일본인 작가의 소설 ‘요코이야기’와 관련, “그 소설에서처럼 해방 직후 조선인이 일본인을 폭행했다는 내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었을 것”이라며 “민족간의 역사가 관련된 작품을 미국서 교과서로 채택한 것은 잘못”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당시 북한에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아는데, 내가 보고 들은 범주에서는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의 물건을 사 주는 등 잘 대해서 보내줬다”며 “일본 사람들이 조선인들의 우호적 태도를 기록한 책 ‘흐르는 별은 살아있다’ ‘내가 넘은 38선’ 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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