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1.1.16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해외의 젊은 시각-소노다 시게토 게재 일자 : 2007년 02월 06일(火)
문화의 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지난 주, 한국의 사회학자 두 명과 일본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고려대의 윤인진 교수와 연세대의 한준 교수다. 윤 교수는 와세다대에서 실시하고 있는 박사과정 학생 연구보고회 참가를 위해, 한 교수는 연세대 BK21 사업의 일환으로 대학원생들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일본을 방문한 그들과 술을 마시면서 즐거운 대화를 나눈 것 외에도 몇가지 기쁜 일들이 있었다. 마흔이 되어서야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한 나는 이번에 윤 교수가 테니스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돼 ‘다음에 서울에서 함께 시합을 하자’는 약속을 했다. 이것으로 한국 방문에 새로운 즐거움이 하나 추가된 것이다. 또 내가 한국가수 신승훈, 나의 아내가 임형주의 열렬한 팬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한 교수는 그들의 사인이 담긴 CD를 선물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실 이 칼럼도 신승훈의 새 앨범 ‘더 로맨티시스트(The Romanticist)’를 들으면서 쓰고 있다.

“스포츠나 음악이 뭘 할 수 있느냐”고 말하지 말라. 스포츠는 사람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공통의 경험을 만들어 준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지게 하며 때때로 슬픈 마음을 달래주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런 스포츠나 음악이 국경을 넘을 때,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국경은 그 의미를 바꾸게 된다.

우리학교 대학원 학생 중에는 중국 라디오에서 일본어 방송의 진행을 맡고 있는 여학생이 있는데, 그녀는 이전에도 베이징(北京)의 중국국제방송을 통해 중국 청취자들에게 일본의 음악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5년 만에 비슷한 내용의 방송을 재개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신청곡을 모집해도, 청취자로부터 반응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왜 신청이 없는 것일까. 여러가지로 조사해본 결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재임 기간에 중국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 음악이 거의 사라져 버려 청취자들이 일본 음악과 접할 기회가 없었다는 게 그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본·중국관계의 냉각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정치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해 일반 국민들간의 악감정으로까지 발전한 지금, 양국 국민들의 상호인식은 어떻게 하면 호전될 수 있을까. 며칠 전 왕이(王毅) 주일 중국대사와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었는데, 요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일본 방문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왕대사는 여러가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원총리가 일본을 방문해 역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면 아무 언급도 하지 않는 것이 나은가. 총리가 무엇인가를 말한다면 이에 불만을 가진 일본인들이 인터넷에서 과격하게 비판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언급하지 않으면, 이번엔 중국인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한 편에 유리하고 다른 한 편에 불리한 문제들은 인생에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제로섬(zero-sum)’의 상황으로, 정원이 정해진 입학 시험에서의 경쟁이나 영토 싸움 등이 그 전형적인 경우다. 역사 문제도 자주 제로섬 게임이 되기 쉽고, 이것에 교과서 문제나 영토 문제가 관련되기 시작하면 해결 방법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그런데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이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서로 유리하게 되는 ‘윈-윈(win-win)’의 상황도 도처에 존재하고 있지만, 제로섬 발상에 중독이 되면 모든 것을 제로섬 게임으로 봐버리기 십상이다. 과격한 인터넷 여론은 그 대표적인 예다.

관계가 냉각되고 있을 때야말로, 윈-윈의 상황을 만드는 문화의 힘을 다시 봐야 한다.

내가 한 교수와 한국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한 일본 여성이 눈을 빛내면서 “한국에서 오셨나요? 이병헌의, 배용준의 그 한국에서 오셨군요?”라고 말을 건네왔다. 중국인에게 있어 일본의 이병헌이 존재할까? 일본인에 있어 중국의 배용준은 누구일까? 일본과 중국 국민들이 이 물음에 곧바로 답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양국은 관계 냉각화의 함정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소노다 시게토 / 일본 와세다대학원 동아시아태평양학과 교수]]




[ 많이 본 기사 ]
▶ ‘첩이 100명·주택 100채’ 상상초월 뇌물 끝판왕
▶ 이경규 “4개월간 한 푼 없이 일해”…출연료 미지급 직접 ..
▶ 육군 참모총장 제소한 주임원사들…“장교 반말 못 참아”
▶ 펜스, 몇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일부폭도, 납치·암살 ..
▶ [단독]“韓민주주의 퇴보… 與, 野무시-法·檢에 부당 압력..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노르웨이서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속..
10인 이상 수도권 학원도 18일부터 오..
신규확진 580명, 닷새째 500명대 유지..
트럼프, 취임식 불참하고 공군기지서..
‘정인이 사건’ 보고에 윤석열 “살인죄..
‘첩이 100명·주택 100채’ 상상초월 뇌물 끝판왕
topnews_photo 3천여억원 수뢰…신중국 창건 이래 최고액 “청나라 황제냐” 비난한번에 최대 1천억원까지 챙겨…방마다 ‘고액 현금다발’ 빼곡“중국 고위..
mark[단독]“韓민주주의 퇴보… 與, 野무시-法·檢에 부당 압력”
mark대통령도 반역자 될 수 있다
육군 참모총장 제소한 주임원사들…“장교 반말 못..
“한국 군사력 세계 6위…북한은 25위→28위로 떨어..
경기도, 전도민에 10만원씩 설전 지급…이재명 18..
line
special news 이경규 “4개월간 한 푼 없이 일해”…출연료 미지..
개그맨 이경규가 출연료 미지급 피해로 전 소속사와 계약을 해지한 일을 직접 언급했다.이경규는 지난 1..

line
거리두기-5인이상 모임금지 31일까지 연장…2월1..
與 대권 구도 요동…이낙연 ‘휘청’ 이재명 ‘기세’ 정..
펜스, 몇초만 늦었어도 위험했다…“일부폭도, 납치..
photo_news
코로나 이겨낸 106살 할머니 “우유와 위스키가..
photo_news
봉준호 감독,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장…한..
line
[Review]
illust
‘性희롱·혐오 논란’ 이루다… 수소투자 5일새 2兆 지분가치 올..
[북리뷰]
illust
100만년전… 인문학이 탄생하고 ‘창의성 진화’ 시작됐다
topnew_title
number 노르웨이서 백신 접종 후 사망자 속출…화이..
10인 이상 수도권 학원도 18일부터 오후 9시..
신규확진 580명, 닷새째 500명대 유지…거리..
트럼프, 취임식 불참하고 공군기지서 송별 ..
hot_photo
김지원 아나운서, KBS 퇴사 후 ..
hot_photo
문정원, ‘장난감 먹튀’ 논란 자필..
hot_photo
이하얀, 아는 언니에 2억 사기…..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1년 1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