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탈론’으로 일제강점기 서술

  • 문화일보
  • 입력 2007-02-1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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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의 역사 연구자들이 함께 집필한 한일 공동 역사교재가 내달 1일 한일 양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한일 교류의 역사 - 선사부터 현대까지’란 제목의 책은 자국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사실(史實)에 입각한 공통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간 교류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의 역사를 ‘식민지 근대화론’이 아닌 ‘수탈론’의 입장에서 일관되게 서술, 주목된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한국의 역사교과서연구회(회장 이존희)와 일본의 역사교육연구회(회장 가토 아키라·加藤章)가 지난 10년 동안 공동작업을 한 결과물. 서울시립대와 일본 가쿠게이(學藝)대 등의 교수·교사 36명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한일 교류의 역사’의 가장 큰 특징은 지금까지 나온 한일 역사 공동교재와는 달리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 모든 시대를 다뤘으며, 양국 학자들이 따로 분담해 서술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토론과 합의에 따라 공동집필했다는 점. 지금까지 나온 공동 역사교재는 특정시기에 국한돼 있거나, 집필자들이 서술을 분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기존의 한일 역사 공동교재로는 ‘조선통신사’(2005년 4월)를 비롯, ‘미래를 여는 역사’(2005년 6월), ‘여성의 눈으로 본 한일 근현대사’(2005년 10월), ‘마주보는 한일사’(2006년 8월) 등이 있다.

‘한일 교류의 역사’는 한일 간 시각이 전혀 다른 쟁점에 대해 몇가지 대목에서 눈길 끄는 합의를 도출해내고 있다. 우선, 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쪽 일부를 통치했다는 일본 학계 일각의 ‘임나일본부설’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14세기 이후 나타난 왜구는 일본인 해적임을 명기, 일본 후쇼사(扶桑社)판 교과서의 ‘왜구에 조선인도 많이 포함됐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임진왜란은 일본의 조선 침략임을 분명히 서술했으며, 왜란 당시 일본군도 5만명이 사망하는 등 양국의 피해가 극심했음을 지적했다.

을미사변은 일본 공사의 주도로 명성황후를 살해한 사건임을 적시했고, 일제의 토지조사사업과 산미증산계획에 대해 소상히 서술해 일제의 조선 통치가 수탈적 성격이 강했음을 드러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8만~20만 명의 위안부 강제 동원도 언급한 것. 반면 1945년 북한에 거주하던 일본인 중 6만여명이 소련군에 억류됐고, 남하하려다 굶주림과 추위, 전염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았다는 등 패전 직후 재(在)조선 일본인의 참상도 서술하고 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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