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영향평가제’ 추진 시장논리 무시·역차별 논란

정부가 앞으로 모든 법령의 제·개정 및 정책 시행에 앞서 ‘지방영향 평가’를 거치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수도권 규제가 지방에까지 불필요한 규제를 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최근 하이닉스반도체 공장 증설을 둘러싼 논란을 사전에 없애기 위한 것이지만 비수도권에 정부 재정사업과 기업 투자를 유도, 시장논리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15일 부산에서 열리는 지방·중앙 상생협력 행사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 시행시 관련 법령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규정함에 따라 비수도권이 불합리하게 규제되어 투자 유치 등에 애로가 많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정부 입법과정에서 법령에 대한 ‘지방영향평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행자부가 추진하는 지방영향평가제는 현재 시행중인 환경영향평가, 재해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 및 시행에 앞서 입법과정에서부터 평가해 지방별 불이익을 줄인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방영향평가제가 도입되면 행자부에서 지방의 종합적 의견을 관계 부처에 제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 사안에 따라 수도권을 규제하고 비수도권은 제외하게 돼 수도권에 대한 차별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정사업의 경우 균형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균형발전 영향평가제’ 등을 도입, 사전평가 및 집행단계의 과정평가를 병행 실시할 계획이어서 정부 재정사업의 지방 집중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김은경 경기개발연구원 박사는 “현재 운용하는 세금 감면 특례법 같은 제도로도 지방에 이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며 “수도권 규제를 모두 풀고 지방도 같은 여건에서 평가한다면 이해될 수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마치 1등 하는 아이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하고 못하는 아이에겐 사탕줄테니 공부하란 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행자부는 3월중으로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정책과제로 법령과 정책의 ‘지방영향평가제’ 도입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로 했다.

한편 행자부는 이날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박 장관과 지방공기업 관계자 등 4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4회 지방공기업의 날’ 행사를 열고 부산도시공사(사장 이상원) , 수원시시설관리공단(이사장 신진호), 강원도개발공사(사장 박세훈), 제주도지방개발공사(사장 고계추), 서울시농수산물공사(사장 노석갑), 광주시도시공사(사장 이희옥) 등 6개 기관에 경영대상을 수여했다.

한강우·장석범기자 hanga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