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지표 ‘바닥’… 건설투자 위축 ‘심각’

한국은행이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적표’라고도 할 수 있는 ‘2006년 국민계정(잠정)’을 21일 발표함에 따라 현재의 국내경기 흐름과 향후 전망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0%―실질 국민총소득(GNI) 성장률 2.3%’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적은 체감지표(실질GNI)가 여전히 부진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외형적으로는 나름대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건설투자 위축세가 당초 분석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난데다 올해 경제 기상도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불안요인이 산적해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지지부진한 체감경기 =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지표경기를 반영하는 실질GDP 성장률과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실질GNI 성장률간 격차는 2.7%포인트로 나타났다. 이는 지표 - 체감경기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던 2005년(3.5%포인트)보다는 다소 축소된 것이지만 2003년(1.3%포인트), 2004년(0.8%포인트) 등과 비교할 때 체감경기 위축세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한국경제가 외형적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0%의 성장을 달성했지만 실제 국민들의 실질소득 증가는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위험수위에 이른 건설경기 = 각 부문별로는 건설경기 위축세가 심각하다. 2006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0.4%로 2005년(-0.2%)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했다. 건설투자가 2년 이상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1998~2000년 이후 6년만이다. 한은이 지난 1월25일 ‘2006년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발표할 당시 건설투자가 2005년 0.4%, 2006년 -0.1%로 집계했던 것과 비교하면 건설경기 위축세가 훨씬 심각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토목건설은 1.9% 증가했지만 건물건설이 2.0% 감소하면서 전체 건설경기 위축을 주도했다. 한은은 “건물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가운데 상업용 건물 등 비주거용 건물 투자도 계속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제계 일각에선 정부의 전방위적인 강도높은 부동산대책이 건설경기에 ‘직격탄’을 날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품’ 많은 1인당 국민소득 = 지난해 1인당 GNI는 1만8372달러를 기록해 선진국 진입의 ‘바로미터’로 보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달러로 환산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6413달러(2005년)→1만8372달러(2006년)로 11.9% 증가한데 비해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1681만2000원(2005년)→1755만5000원(2006년)으로 4.4% 증가하는데 그쳤다. 결국 1인당 국민소득이 두 자릿수 증가하는데 1등공신은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 하락(연평균 -6.7%)이었던 셈이다.

◆올해 한국경제 전망은 =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은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4.4%로 전망한 것을 비롯해 민간경제연구소들도 4.0%(LG경제연구원)~4.3%(삼성경제연구소) 등으로 4%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한국경제는 미국경제 경착륙 가능성, 세계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 등 위험요인이 중첩돼 있다”며 “이같은 위험요인이 현재화되면 당초 예상했던 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직기자 bj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