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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7년 03월 27일(火)
“8 ~ 9세기 中대륙에 고구려 왕국 존재”
지배선 교수 ‘…齊(제)’ 출간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서기 8세기 중반부터 9세기 초반까지 60년 동안 중국 대륙에 고구려 유민이 세운 왕국이 있었다.’

서기 668년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뒤, 중원으로 흘러들어간 고구려 유민들을 주축으로 세운 나라가 중원 한가운데에서 60년의 세월 동안 당나라를 위협하며 버텼다는 내용의 책이 발간됐다.

지배선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중국속 고구려왕국, 齊(제)’라는 책이다.

‘신·구 당서’와 ‘자치통감’ 등 중국 역사기록을 바탕으로 저술된 책은 고구려 유민 이정기와 그의 후손이 세운 왕국, 제나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고구려인 이정기는 당나라의 군사 실력자로, 산둥(山東)·허난(河南)·장쑤(江蘇)성 일대에 걸친 넓은 영토를 다스리며 독립 왕국을 세웠다. 특히 그들은 60년 가까이 4대에 이어 왕위를 세습하면서 당을 압박하고 뒤흔들었다.

중국 사서(史書)들은 “당나라는 제나라를 회유하기 위해 수시로 이정기와 그의 후손들에게 관직을 내렸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물론 이정기 가문은 대대로 평로·치청 절도사 등 당나라의 관직을 받아 번진(藩鎭·당나라 및 송나라 초기에 절도사를 최고권력자로 한 지방지배체제)을 다스렸지만, 결코 당의 관리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이정기의 아들 이납은 서기 782년 국호를 ‘제’라 하고 왕으로 즉위하면서 제천의식을 행했다. 이후 819년 이납의 아들인 이사도의 죽음으로 멸망하기까지 제나라는 신라보다도 독립적인 지위를 누렸다고 지 교수는 밝혔다.

제나라가 다스린 영토는 최대 15개 주에 이르렀으며(이는 신라보다 넓은 영토였다), 관리들을 자체 선발·등용했고, 조세 역시 독자적으로 거둬 나라의 재정을 쌓았다. 당나라 조정에는 조세는커녕 공물조차 바치지 않았다. 제나라는 당 헌종의 번진 토벌 정책에 맞서 싸우다 내부의 배신으로 결국 막을 내렸다.

지 교수는 “고구려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고구려 멸망 60여년이 지난 뒤, 이정기의 제나라로 이어졌다”면서 “지배층만이 아니라 피지배층도 상당수가 고구려 유민이었기에 이정기를 비롯한 지도층과 하나가 되어 당과의 오랜 대립에서 버텨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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