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의학계 전문가들은 지난달 29일 대한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정부의 과감한 투자와 한의학의 과학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임사비나 경희대 한의대 교수, 김장현 대한한의학회 회장, 성락온 대한한의사협회 이사. 김낙중기자
의료 개방시대를 맞아 각국의 전통의학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한의학계에는 의료 개방의 파고를 넘어서 세계 전통의학시장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절체절명의 화두다. 문화일보와 대한한의사협회가 공동기획한 ‘글로벌 한의학 시대를 연다’는 이러한 한의학계의 고민을 반영하고 해법을 찾아보았다.
공동기획을 마무리하며 지난달 29일 대한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한의학계 인사들은 ‘글로벌 한의학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한의학의 연구결과와 치료방법이 객관화하고 과학화해야 세계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이 눈앞에 보이는 실적 위주로만 평가해 소규모에 그치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사회 = 한의학의 전문화, 표준화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또 전문과목별 분화가 필요한가.
▲김장현 = 전문화는 난제다. 한의사 전문의 제도가 지난 2000년 도입됐지만, 한의사 전문의가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한의학적인 전문분야가 개발되어야 하고, 특성있는 한의사 전문의로 육성해야 할 것이다. 표준화도 쉽지 않다. 같은 환자를 놓고 한의사마다 치료방법이 다르게 나온다. 연구와 임상에 대한 표준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성락온 = 과목 분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또 산업보건의에 한의사를 포함시켜달라고 입법화를 요청하고 있다. 요통이라든가 오십견 등에는 한의학의 치료효과가 뛰어나다. 산업종사자에 한의가 필요하고 반대하는 사람도 없다.
▲김장현 = 과목 분화는 한의학이 정체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방 가정의학이라든가 한의계에서 전문화되었다고 인식되고 있는 한방추나의학, 산업의학, 예방의학 전문의, 노인성질환 전문의 등 다양하게 개발할 수 있다.
◆사회 = 한약의 안전성문제가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장현 = 한약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한의계가 노력하지만, 국가차원에서 한약자원 관리가 필요하다. 양질의 한약재를 얻으려면 약재 종자의 디옥시리보핵산(DNA)을 확보하고, 적합한 종자가 양질의 토지에서 적합한 농사법으로 재배되고, 적절한 시기에 채취되어야 한다. 또 채취된 것에 적절한 지표물질이 함유되어 있는지 검사하고, 그것이 한의원에 공급되어야 한다. 한의사협회나 한의사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성락온 = 한의사에겐 규격품 사용이 의무화되고 있으며 회원들 98%가 규격품을 사용한다. 규격품 관리책임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있다. 길거리 서울 경동시장 한약재와 포장되어 한의원에 들어오는 것은 같지 않다.
◆사회 = 한방보험 종목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수가 확대 등 어떻게 해야 하나.
▲임사비나 = 한의사 87%가 첩약 건강보험을 찬성한다. 56개 보험약중 개선될 것이 많다. 첩약 건보 등 한의학이 치료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한약의 제형을 다양화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국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성락온= 보험수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액, 정률에 묶여있고 보험약재 종류가 제한되어 있어서 많은 양이 사용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다루는 제약사들의 경영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니 약의 질이 개선된다거나 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나.
◆사회 = 정부의 한의학 연구개발 투자액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에 바라는 것은.
▲김장현 = 정부는 1998년에서 2010년까지 한의학 연구개발투자계획을 세우고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초반부터 성과 위주로 판단해 가시적인 성과가 적게 나온다는 이유로 계획한 것의 30%밖에 쓰지 않았다. 올해 70억원정도 정부투자가 잡혀 있다.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임사비나= 한의학 연구투자는 다른 과학분야보다 10여년 늦었다. 이 눈높이를 맞추는 데 10여년이 걸렸다. 지금부터는 참신한 기획이 나올 수 있다. 한의사, 생명과학자, 공학도들이 한의학연구기획단을 크게 꾸려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에서 1000억원쯤 펀드를 내놓으면 세계적인 학자들이 모여들고, 연구사업과 기획이 활성화될 것이다.
성 이사 = 동양에서는 한의학을 과학이 아니라 격물치지라 한다. 그런데 서양의학의 잣대로 식약청에서 독성 연구나 임상시험 등을 하고 있다. 문화에 따라 다른 점들이 있으므로 과학적인 잣대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본다.
▲김장현 = 한의학의 임상이 객관화되려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의사나 한의사나 추구하는 것은 국민보건 향상으로 같다. 주변학문을 한의학에서 쓸 수 있게 해야 한다.이미 전통의학 국가들과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 한의학 학회지가 SCI급 학술지에 들도록 한국학술지편집인연합회를 결성했다. 이밖에 러시아, 카자흐스탄, 몽골, 네팔, 스리랑카 등 외국에 7개 한의학 의료기관을 개설해서 한의학을 외국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사회 = 미국·유럽의 대체의학들이 하는 침구 등을 포용하는 방법은 없나.
▲성락온= 한의학으로 원리가 규명된다면 언제든지 받아들일 것이다.
▲임사비나 = 이미 수지침도 교과목에 반영됐다. 처방과 침치료도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한방치료기술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활성화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없다고 본다.
◆사회 =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한 각분야의 바람을 말해달라.
▲김장현 = 세계화를 위해서는 우리 학문을 외국에 알려야 한다. 외국인이 한방진료를 받을 수 있고, 한방의 연구결과가 외국에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의학의 연구결과가 객관화되고 과학화되어야 한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산출하려면 의료기기를 쓸 수 있도록 의료기기 사용권, 의료기사 지도권을 주어야 한다.
연구비를 많이 책정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락온 = 생명과학(BT) 한의학이 선봉이 될 부분이 있다. 한국의 향후 먹을거리 창출을 위해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임사비나= 요즘 한의과 대학 졸업생들은 신치료기술 개발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우수하고 눈높이가 높기 때문에 한의학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환자에게 서비스하는 신 치료기술이 정규기술로 받아들여지고, 외국인과 내국인이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의료기기 약물 침치료 등 한방의료서비스에 대해 국가적으로 투자한다면 한의학의 세계화가 앞당겨질 것이다. 한의학과 양방이 손잡으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있는 한국의 의학이 될 것이다.
정리 = 이진우기자 jwlee@munhwa.com
◆ 참석자
▲ 김장현 대한한의학회 회장
▲ 성락온 대한한의사협회 이사
▲ 임사비나 경희대 한의대 교수
사회 = 김순환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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