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제 쉬운 과목만 수강, 입시위주교육 사고력 ‘뚝’

문화일보가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위촉한 대학평가위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대학신입생들의 기초학력 저하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연과학의 기초지식과 수학과학적 사고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논술이나 창의력 교육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작문력과 이해력이 저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 실태 = 11개 항목별 기초학력에 대한 질문에서 자연과학 기초지식에 대해 응답자 82.8%가 저하됐다고 답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의학계열은 93.7%, 공학계열은 90.0%로 거의 모든 교수들이 기초학력 저하를 걱정했다.

수학과학적 사고력에 대해서는 응답자 79.2%가 저하된 것으로, 이중 공학계열은 96%, 자연계열은 87.5%가 저하됐다고 답했다.작문력과 이해력에서도 응답자 77.9% 저하됐다고 밝혔으며 작문력의 경우 예체능계열에서는 99%가 저하됐다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논리적 사고력 72.7%, 실기실습 능력 70.1%, 인문교양 기초지식에서는 67.1%가 저하됐다고 인식했다. 이밖에 발표력(44.1%), 외국어 능력(32.8%), 정보화 능력(14.0%)은 상대적으로 저하 인식도가 낮았다.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에 따라 교육의 질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51.5%가 기초학력 저하 때문에 강의계획서에 따른 교수내용을 가르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공학계는 80%가, 자연계는 85.7%가 교육수준 저하를 우려해 이공계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특히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 원인 = 응답자 중 50.4%가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고교 교육의 미흡을 지적해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즉 고교 선택과정 도입으로 인해 학생들이 쉬운 과목위주로 선택하고 있는 점과 입시위주의 이론교육으로 실험실습이나 사고력, 창의적 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응답자의 15.7%는 대학신입생 선발의 자율성 부족과 계열별 교차지원의 허용 등 대학입시전형 방식의 문제점을 꼽았다. 9.0%는 입학경쟁완화에 따른 저학력 학생의 입학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 대학수는 늘고, 학생수는 줄어들면서 높아진 대학진학률(82%)이 학력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인식이다. 8.2%는 고등학교 평준화 정책이 교육여건의 평준화가 아닌 학력의 평준화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외 미디어 문화의 확대로 사고력 저하(6.6%), 평이한 난이도의 대학수학능력시험(3.3%), 소속대학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저학력자 입학(2.4%)등을 지적했다.

◆ 대안 = 교수들은 이같은 기초학력 저하를 해소하기 위해 ▲대학 교양교육 강화 ▲고교 교육과정 개선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 ▲대학입학제도 개선등 모두 4가지를 강조했다.

대학교육에서는 독서량 확대와 논술·커뮤니케이션 능력 배양 등 교양국어 강화, 계열 및 학문 분야에 적합한 다양한 교양수학 강화를 지적했다. 그리고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평준화 정책의 보완과 7차 교육과정 개선, 내신성적관리 강화, 대학교육과의 연계성 강화를 예시했다.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제 보완 및 기초과목 필수확대를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수능성적 등급제를 완화하고, 적정 난이도를 유지해 학생들의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입학제도 개선에서도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이 확대되어야 하며, 필요할 경우 대학별 본고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계열별 교차지원 제한과 최저학력기준 도입을 권장했다.

윤두현기자 ydh1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