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9.2.17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해외의 젊은 시각-소노다 시게토 게재 일자 : 2007년 04월 17일(火)
얼음을 녹이는 여행?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일본을 방문했다. 중국의 수뇌부로서는 6년 반만인 이번 방문을 일본과 중국의 양 총리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평했으며 일본 언론들의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원 총리가 무엇보다도 좋은 인상을 남긴 것은 12일에 열린 국회연설 내용이다. “중·일 국교정상화 이래, 일본 정부와 지도자들은 몇 차례나 역사문제에 대한 태도를 밝히고, 침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피해국에 대해 깊은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습니다. 중국 정부와 인민은 이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 발언에서 양국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중국 수뇌부의 의지를 느낀 일본인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측의 적극적인 자세는 방일 전부터 드러났다. 4월4일 일본 1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에서 원 총리는 “이번 방일을 얼음을 녹이는 여행으로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원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역사 인식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양국 수뇌부 사이에 논의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예측도 나왔지만, 방일 직전 만난 중국과 한국의 수뇌부가 역사 문제를 이야기했다는 뉴스는 들려오지 않았다. 이러한 몇 개의 요인이 합쳐지면서, 원 총리의 일본 방문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일본과 중국 사이에 얼음이 생기게 된 것은 국내 여론을 등에 업은 양국의 수뇌부가 각각 ‘강한 일본’, ‘강한 중국’을 연출해 자국 내 내셔널리스트들의 지지를 얻는다는, 일종의 ‘내셔널리즘 게임’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냉정한 국익은 옆으로 제쳐둔 채, ‘혐일(嫌日)’, ‘혐중(嫌中)’이라는 감정에 근거한 언설이 지배하면서 특히 인터넷상에서 이러한 논의가 널리 전개되는 양상을 보였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는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하는 재계에 “정치와 장사는 다르다”고 일갈하는 것으로 지지율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포퓰리즘 외교’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 측면이 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현재까지 포퓰리즘 외교를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그 때문에 내각 지지율 저하에 허덕이고 있다.

만약 아베 총리가 지지율 하락의 타개책으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이용한다면, 일본 정부의 역사 문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원 총리는 중국 국내에서 격렬한 비판에 노출될 것이다.

한편으로 중국에는 지금도 일본에 대한 불신감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 신문과 중국 시사주간지 ‘랴오왕둥팡저우칸(瞭望東方週刊)’이 2007년 3월에 공동으로 실시한 ‘일·중 대학생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신은 일본(중국)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라는 물음에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한 중국인 학생은 전체의 85.2%로 일본측의 68.2%보다 17% 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면 대일 불신감을 부추기는 사건이 일어났을 경우 중국인 학생들은 다시 분기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략적 호혜관계’라고 하는 이번 방일의 키워드는 공중에 떠 버리고 말 것이다.

핵심은 일본과 중국 양국이 녹기 시작한 얼음을 완전하게 녹일 때까지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가에 달렸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원 총리의 방일에서 그 정도의 깊은 의견교환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

흥미로운 것은 위 조사에서 “원자바오 총리의 방일로 인해 일·중 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한 일본인 대학생이 31.7%였던데 비해 중국의 경우 62.6%에 달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한 불신감이 강한 중국인 학생들이 이 정도까지 높은 기대를 표명한 원 총리의 방일을 의미없이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베 총리가 두는 ‘다음 한 수’에 따라 녹기 시작한 얼음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얼음이 정말 녹을지 어떨지는 양국의 향후 움직임 여하에 달려 있다.

[[소노다 시게토 · 일본 와세다대학원 동아시아태평양학과 교수]]
[ 많이 본 기사 ]
▶ “나는 중국에 남겨진 광복군의 아들, 쌍둥이 형님 보고싶..
▶ 박지원 “김무성 40표 만들었다고 해 탄핵 시작”…金 “입 다..
▶ 文대통령에 ‘미친XX’ 막말 조원진 명예훼손 무혐의
▶ “동전 던진 승객 강력 처벌해달라”…숨진 택시기사 며느리..
▶ 특전사 대령, 업무용 차로 휴가 즐기다 보직해임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넬리 코르다, 언니 제시카 이어 LPGA 호주여자오픈 우승아버지와 남동생은 테니스 대회서 우승 17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IS..
mark박지원 “김무성 40표 만들었다고 해 탄핵 시작”…金 “입 다물라”..
mark‘비싼 고철’ 취급받던 전차 ‘스마트 파워’ 장착 미래병기로 부활
“나는 중국에 남겨진 광복군의 아들, 쌍둥이 형님 ..
“동전 던진 승객 강력 처벌해달라”…숨진 택시기사..
文대통령에 ‘미친XX’ 막말 조원진 명예훼손 무혐의
line
special news 승리, 버닝썬 논란에도 콘서트…“제 불찰, 반성한..
그룹 빅뱅의 승리(본명 이승현·29)가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 계속된 가운데 16일 콘서트를 열어 자..

line
“우편물에서 봤던 사람인데…” 주민 신고로 초등생..
보육시설 아동에 유사성행위 강요 자원봉사자 중형
특전사 대령, 업무용 차로 휴가 즐기다 보직해임
photo_news
3R에서 발톱 드러낸 우즈, 첫 4개 홀 버디-이글..
photo_news
‘베를린 천사’에서 히틀러까지…배우 브루노 간..
line
[명작의 공간]
illust
女간첩과의 사랑·도심 ‘실탄’ 총격신…상투적 분단영화 틀 깨뜨..
[인터넷 유머]
mark수녀님의 카톡 mark정치인과 아이들
topnew_title
number “대리모 알선해줄게” 속여 1억원 가로챈 부..
화요일 출근길 서울에 큰 눈 가능성…전국에..
부산서 50대 무궁화호 열차에 치여 숨져
美특검, 前 트럼프 선대본부장에 징역 24년..
“일 안 한다” 아들 훈계하다 살해…70대 아버..
hot_photo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기
hot_photo
“어떻게 사고가 났길래…”
hot_photo
팬 약속 지킨 아이유…김제여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