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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07년 04월 17일(火)
정동영式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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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자신의 사망을 알리는 부고(訃告)를 빼고는 자기 이름이 신문에 크게 나는 걸 좋아한다. 초급 정치인은 자신을 비판하는 기사가 나가면 홱 토라지지만, 단(段)급 정치인들은 기사가 크게만 실리면 좋아한다. 정치란 양명(揚名)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직업이니까. 그런데, 천정배의 반(反)FTA 단식이 오늘로 23일째, 그것도 국회 출입기자들이 들여다보지 않을 수 없는 국회 본청에서 단식을 벌이고 있는데도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고 있다. IT 시대에 걸맞게 매일 ‘단식 ○일째’라는 e메일을 동영상과 함께 전송하는데도 지지도는 꿈쩍도 하지 않고. 왜 그럴까? 단식이 독창적 작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1983년 전두환 정권에 저항해 23일간 초인적인 단식투쟁을 벌인 뒤 어느 정치인도 단식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단식 투쟁의 지적 소유권자는 YS이기 때문이다. ‘단식 원조’ YS는 2003년 단식중이던 한나라당 대표 최병렬을 찾아가 “굶으면 학실히(확실히) 죽는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천정배가 YS보다 더 굶어도 지지도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손학규 학습효과’도 시사적이다. 그는 지난해 도지사를 마치자마자 폭염 속에서 농촌, 산촌, 어촌 가리지 않고 100일 대장정을 벌였다. 그런데도 지지도는 미동. 왜? 저것, 1930년대 마오쩌둥(毛澤東)이 한 거잖아, 그걸 왜 IT시대에 하지? 손학규가 미국의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를 100일간 대장정하며 ‘IT 손학규’를 보였다면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다. 도지사 시절 외자 유치를 위해 지구를 10바퀴 돌며 하루에 1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는 글로벌 이미지를 몽땅 까먹었다.

정동영도 13일 두 달간의 ‘대장정 시리즈’를 끝냈다. 전국을 돌고 돌다가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시작으로 휴전선 155마일을 4박5일간 횡단하는 ‘평화 대장정’까지 했다. “평화가 밥이고 돈이다”고 외치며 철조망도 잘랐다. 3·1운동을 주도한 애국지사 숫자와 똑같이 ‘33인 평화 대장정단’도 꾸리고. 역시 이벤트에 당할 사람이 없다. 느끼한 게 흠이지만. 그런데도 지지도는 요지부동. 손학규 짝퉁에 감동할 수 있을까. 참을 수 없는 가벼운 발상. 대선주자들이 ‘기인열전’을 벌이는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일 것이다. 정말 정치권 인재 기근이다.

[[윤창중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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