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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시대와 비전 게재 일자 : 2007년 04월 24일(火)
1951년 4월, 파주 설마리 전투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병력 652명 10배 넘는 중공군과‘영웅적 전투’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는 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에겐 성지와 같은 곳이다. 매년 4월이 되면 주한영국대사관 인사들과 한국전 참전 영국퇴역군인들이 이곳에서 기념식을 연다. 한국전 당시 투입된 8만7000명의 영국군들이 치른 대표적 혈전으로 알려진 ‘설마리전투’를 기념하기 위해서다.

21일 개최된 기념식은 영국전적비 설립 50주년 행사를 겸한 것이어서 더욱 감회가 깊었다. 한국전에 참전한 77여명의 영국군 노병과 함께 이곳을 찾은 세계적 산업디자이너 겸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인 아널드 슈워츠먼은 “1957년 7월 한국철수를 준비하면서 전적비 건립문제가 논의됐고, 21세의 신참병사인 내가 디자이너로 선발됐다”면서 “9일 밤을 꼬박 세우며 전적비 디자인작업에 매달렸는데 벌써 50년이 흘렀다니 꿈만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전 당시 압록강 유역까지 진격했었다는 영국퇴역군인 스탠리 베이커씨는 전적비 앞에서 “영국병사들은 설마리계곡에서 중공군에 포위됐지만 나흘 동안 영웅적으로 싸웠다”면서 “설마리 등 임진강 일대에서의 전투는 영국군이 한국에서 겪은 대표적 혈전”이라고 회고했다.

워릭 모리스 주한영국 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이날 기념식에서 영국의 노병들은 구로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와 적성종합고등학교 남녀학생 70명에게 총 1700여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백발의 노병들이 자신과 동료들이 피를 흘렸던 전장을 다시 찾아 장학금을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장면은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한 참석자는 “50년 전 함께 피를 흘리며 도와준 친구들이 이제는 미래를 위한 다리를 놓고 있다”고 평했다.

주한영국대사관에 따르면 매년 주한영국기업 및 영국인들은 한국학생을 위한 장학기금을 모아 설마리전투 기념식 때 전달하고 있다.

설마리전투는 1951년 4월 서울공략을 위해 인해전술로 남하하던 중공군과 임진강 일대를 지키던 영국군이 충돌한 대표적 혈투로 꼽힌다. 주한영국대사관 국방무관인 해리 오해어 준장은 21일 낮 파주시 구읍리 중성산(캐슬 힐) 정상에서 가진 전황 설명회에서 “중성산 일대에 주둔한 영국군 글로스터 대대원 652명은 10배도 넘는 중공군 제63군 3개사단의 공격을 받아 중성산(캐슬 힐)과 설마리 계곡에서 나흘간 버티며 혈전을 치렀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탈출한 영국군은 67명에 불과하며 영국군 59명이 전사하고 526명이 포로가 됐다. 하지만 설마리 전투는 중공군의 서울진입을 결정적으로 지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임스 밴플리트 당시 미8군 사령관은 글로스터 대대의 혈전을 “현대전에서 단위부대의 용기가 과시된 가장 뛰어난 전투”라고 평가했다.

파주 =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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