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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07년 05월 26일(土)
기자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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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권리를 위해 함께 싸우겠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한 말이다. 2005년 10월 강정구 동국대교수의 ‘만경대 사건’ 당시 열린우리당 인사들이 즐겨 쓰던 말이다.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사상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차원에서 인용한 듯하다.

노무현 정부가 지난 22일 기자실 통폐합조치를 강행하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범 여권 인사들이 이 말을 다시 인용하고 있다. 당시에는 싸움의 대상이 보수세력이었지만 이제 그 대상이 청와대로 옮아갔다. 노무현식 버전으로 이 말을 옮겨 보면 “당신들의 주장에 동의하지도 않고, 당신의 말할 권리도 빼앗겠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무현시대에 기자를 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것 같다. 통신수단이 발달하고 시스템도 훨씬 나아졌지만 지금 같이 기자들의 노력과 희생이 정권에 의해 터무니없이 매도 당한 적은 없다. ‘하이에나’‘불량상품’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2007년 기자들의 현주소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언론개혁은 제2의 6월항쟁이다”(2001년 6월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고문단 모임)는 생각을 가졌던 노 대통령은 최근에도 “마지막 남은 개혁 대상은 언론과 검찰이다”(2007년 3월 국민과 함께하는 업무보고)라고 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적대적 인식은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기자들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담합이나 하는”(2007년 1월 국무회의) 그런 존재로 보는 듯하다. 하기야 기자들이 수만명에 달하는 만큼 그 중에 그런 기자들이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또 정치권의 비주류로 언론에 외면 당했던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이 적대감으로 발전했는지도 모른다.

과거 민주당 시절 기자들과 크게 접촉이 없었던 노 대통령은 모처럼 기자들을 일식집으로 초대한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정치부 기자들에게 뉴스메이커가 아니었다.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들 입장에서 아무래도 관심이 덜할 때였다.

노 대통령은 모처럼 기자들 10여명을 초대했지만 정작 식당에는 필자와 다른 기자 1명만이 자리를 지켰다. 당시에도 노 대통령은 기자들이 담합해서 오지 않았다고 여겼을까.

기자들은 직업 특성상 항상 뉴스를 좇아 다닌다. 더욱이 매일 일어나는 상황을 보도하는 일간지나 방송기자들의 입장에서는 분초를 다투는 피말리는 전쟁의 연속이다. 마감을 1~2초만 지나도 뉴스는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청와대와 국정홍보처는 기자실 통폐합 이후 ‘친절하게도’ “앞으로는 심층보도를 해라”“기자실이 현장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심층보도도 당연히 언론이 해야 할 임무이다. 그러나 언론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곳이 아니다.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진실에 근접한 팩트를 전하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것이 바로 기자정신이다. 사실이 올바르지 않으면 심층보도도, 기획보도도 다 허구일 뿐이다.

이라크 전장으로, 삼풍백화점 붕괴현장으로 기자들은 목숨을 내걸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권력의 비리를 캐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건기자들은 피의자 이름 하나 확인하기 위해 며칠 밤을 새우기도 한다. 청와대 인사들이 생각하듯 뉴스는 ‘죽치고 앉아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다.

“지금 보도방식은 부처에서 얘기한 것을 받아 적은 뒤 서로 의견교환해서 나오는 것”이라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접하면서 기자로서 모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자신들을 똑같이 비판하면 모두 담합했다고 간주해버리는 노정권 핵심인사들의 독선에 무슨 대꾸를 하겠는가.

[[이현종 /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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