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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이동윤의 스포츠인생 게재 일자 : 2007년 06월 09일(土)
“스스로 명품이 되지 않으면 생존 못해”
프로야구 첫 2000안타 눈앞 양 준 혁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188㎝, 100㎏. 이 정도 체격이라면 대단한 슬러거로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프로경력 15년 동안 타율이 3할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딱 두 시즌뿐이다. 교타자다. 게다가 빠르다. 대학 때 가장 빠를 때는 100m를 11초8에 끊었다. 대학과 실업 시절에는 여러 차례 도루왕에 오르기도 했다. 호타준족. 출범 25년째를 맞은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통산 2000 안타’고지를 밟게 된 양준혁(38·삼성 라이온즈)을 지난달 30일 대구구장에서 만났다. LG와의 3연전이 시작되던 날이었는데 대구구장엔 ‘양준혁 2000 안타 도전 -17’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이렇게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 상당히 긴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벌써 2년째 붙어있는데요, 뭘…. 덤덤해요”라고 말한다.

양준혁은 야구 혈통이다. “양일환 삼성 투수 코치가 제 사촌형이고 삼촌도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 출신입니다. 아버지(양철식·75)가 삼촌과 형을 뒷바라지해서 야구 구경을 자주 갔어요. 재미있을 것 같아 나도 야구를 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집안이 가난하다 보니 처음에는 허락하시지 않았죠. 몇 달을 졸라 드디어 유니폼을 입게 됐어요.”

대구 남도초등학교 4년 때 선수가 됐다. “처음에는 투수였어요. 공도 빠르고 왼손잡이여서 고교 진학을 앞두고 경북고를 포함해 여러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요.” 하지만 그는 투수가 싫었다. 공을 던지면 팔이 아팠기 때문이다. “대구상고에서 타자를 시키겠다고 해서, 다른 건 잴 필요도 없이 대구상고를 택했죠.”

집중력이 남달랐는지 고교시절 통산 타율이 3할5푼대 다. “고교 때 도성세 감독이 많이 밀어주셨어요. 1학년 때부터 4번 타자였거든요. 지금은 몸이 커졌지만 원래 별명이 ‘와리바시(나무젓가락)’ 였을 정도로 빼빼 말랐어요. 힘이 없어 홈런은 많이 못 쳤지만 타율은 아주 높았어요. 몸이 불어난 것은 상무에 있을 때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한 후부터지요. 프로 초년생일 때까지 82㎏이었어요. 하지만 몸이 빨라 도루도 많이 했어요. 한창 때는 (이)종범이 만큼은 했죠. 요즘은 시즌에 10개 정도지만.”

올해까지 프로 통산 15년간 타율이 3할대를 밑돈 것은 2002년(0.276)과 2004년(0.261), 2번뿐이다. 프로통산(2006년 기준) 타율 0.318(통산 2위)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집중력입니다. 투수와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죠. 또 자기만의 무엇과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구찌나 페라가모 같은 명품도 수십년간 같은 디자인만 팔지는 않잖습니까? 지도자에게 배운 것만 그대로 따라해서는 평범한 선수밖에 되지 못하죠. 매년 달라져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스윙 폼이 영 아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어떤 코치는 내 폼을 고치려고 상당히 노력했고 저도 따랐는데 오히려 맞질 않데요. 폼 예쁘고 잘 치는 선수는 지금까지 (이)승엽이밖에는 못 봤어요. 2002년 프로에 와서 첫 슬럼프를 경험했어요. 나이가 드니 배팅 스피드가 떨어진 탓이었지요. 살아남으려면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변화를 준 것이 스탠스였어요. 아마추어 때부터 저는 쭉 오픈 스탠스를 유지했는데 클로즈드 스탠스로 바꿔 봤어요.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 시즌 3할대로 회복했지요. 2005년에도 다시 한번 기복이 있었는데 이때 개발한 것이 요즘 ‘만세타법’이라고 하는 타격 폼이에요. 나 같은 노장은 한 해만 부진해도 ‘한물갔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런 말 듣지 않으려면 해마다 ‘신상품’을 내놓아야 진정한 명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가장 치기 어려웠던 투수와 가장 만만한 투수는 누구였을까.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은퇴한 김정수 선배입니다. 꼭 공이 몸쪽으로 오는 것같이 보여 가장 까다로웠죠. 나뿐 아니라 왼손 타자는 다 어려워했어요. 손쉬운 투수요? 단 1명도 없습니다. 다들 죽기 살기로 덤비는데.”

년간 큰 부상이 없었는데 특별한 몸 관리 비법이라도? “글쎄 몸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뛰는 편인데 오히려 그 점이 다치지 않았던 비결 같은데요. 움츠리면 부상당합니다. 매일 게임 전에 하는 훈련을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베이스 러닝도 4회 정도 풀스피드로 하고. 오프 시즌에는 전담 트레이너를 두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루 두세시간 해요. 다음 1년간 먹고 사는 데 투자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미군부대 출입증이 있어 매일 오전 늦게 일어나 그곳에서 큼직한 스테이크로 아침을 듭니다. 샐러드가 10여가지나 있어 큰 대접으로 하나씩 일부러 먹지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건지. “뭐 어쩌다 보니까 늦은 거죠. 몇 번 연애도 했었는데 헤어지고…, 사실 여자 만날 시간도 없어요. 결혼 안 했다고 불편한 점은 아직 못 느껴요. 재테크까지 나 혼자 다 합니다. (재테크 이야기가 나오자 흐뭇하게 웃는 게 요즘 좀 번 것 같다.) 대구 범어동의 6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데, 혼자 사니 완전 운동장이에요. 지방이라 서울 부동산만 하겠습니까만 산 가격보다 두 배는 올랐어요.”

15년간 수많은 감독을 모셨을 텐데. “여덟 분 정도 되는 것 같네요.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 두 분이 가장 가슴에 남습니다. 우선 김성근 감독에게는 야구에 대한 깊이를 느꼈고 야구에 대해 가장 많이 배운 분입니다. 김응용 감독에게서는 열정을 배웠고 또 개인적으로 두번씩이나 은혜를 입었어요. 1998년에 구단과 갈등이 있었는데 당시 해태 감독으로 계셨던 김응용 감독이 ‘같이 해보자’고 부르셨어요. ‘딱 1년만 하면 다른 팀으로 보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99년 해태로 갔는데 정말 약속을 지켜 2000년 LG로 이적시켜주시데요. 삼성으로 오셔서는 LG에서 다시 삼성으로 이끌어 주셨지요. 사실 두번 다 김응용 사장이 아니었으면 야구를 그만두어야 할 형편이었거든요. 구단과의 갈등이란 98년 당시 주장이어서 선수를 대표해 보너스를 달라는 등 사장에게 많은 요구를 했어요. 이것 때문에 찍힌 거죠. 요즘이오? 과장시절부터 프런트를 하신 분이 단장이어서 선수들이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잘해주십니다. 선수들이 구단에 잘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요.”

경하는 선수는 선배인 송진우(41·한화)와 후배인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이란다. “진우 형은 나보다 한 수 위입니다. 야구를 즐기면서 한다는데 나는 아직 그 수준이 못돼요. 난 지금도 죽기 살기로 합니다. 즐기지도 못하고, 아직은 끝이 없는 것 같다는 게 내가 생각하는 야구예요. 승엽이는 후배지만 나보다 두 수 윕니다. 야구도 잘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도 않고 야구에 대한 열정도 엄청납니다. 즐기는 것을 넘어 달관했다고나 할까요. 지금 그 위치에 있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선수예요.”

2000 안타 달성은 그에게는 끝이 아니고 새로운 전환점일 뿐이다. “3000 안타가 새로운 목표입니다. 1000 안타를 치는 데 7년쯤 걸렸는데, 지금 기분이라면 4~5년은 거뜬할 것 같고…. 사실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선수의 신체나이는 다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서른만 넘으면 노장이라고 해요. 45세까지는 해 볼 겁니다.”

대구 = 이동윤기자 dylee@munhwa.com


양준혁은

▲생년월일 = 1969년 5월26일 ▲체격 = 188㎝, 100㎏ ▲출신교 = 대구 남도초 - 경운중 - 대구상고 - 영남대 ▲프로경력 = 93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입단 - 해태(99년) - LG(2000년) - 삼성(2002년)

◆주요 수상 경력

▲타격 1위 = 93, 96, 98, 2001 ▲안타 1위 = 96, 98 ▲타점 1위 = 94 ▲장타율 1위 = 93, 96 ▲최우수신인 = 93 ▲골든글러브 수상 = 7회(96~98, 2001, 2003~2004, 2006) ▲올스타전 출전 = 13회(93, 95~2006)

◆최다안타 외 주요 기록(8일 현재)

▲최다 2루타(397) ▲최다득점(1142)▲최다 볼넷(1092)▲최다 타점(1235) ▲최다 누타(3410) ▲국내 프로야구 최초 사이클링히트 2회 기록(96년 8월23일 현대전·대구, 2003년 4월15일 현대전·수원·최고령 사이클링히트기록) ▲14년 연속 세자리 안타(93~2006년·최초) ▲15년 연속 두자리 홈런(93~2007년·장종훈에 이어 두번째) ▲9년 연속 타율 3할(93~2001년·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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