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참치 낚던 감격 지금도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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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에서 노심초사 끝에 참치가 처음 낚시에 걸려 수면위로 떠오르던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250t) 선장 윤정구(80·전 오양수산 사장)씨는 “50년이 흘렀지만 그 날의 감격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고 말했다.

한국원양어업이 50주년을 맞았다.

27일 오후 부산 해운대그랜드호텔에서는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과 국내외 수산업계 종사자들이 참석해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원양어업 발전사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원양어업 발전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윤씨는 50년사를 회고했다.

“원양어업은 전쟁의 폐허속에서 경제발전으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 외교력이 미치지 않는 국가들과 민간외교를 통해 국교를 맺는 가교역할을 하고 세계에 우리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데 기여했죠. 어려운 시절 고용창출은 물론 먹을 것이 없던 국민들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해 왔습니다. 이런 자부심으로 선원들은 이역만리 외로운 곳에서 온갖 역경을 이겨나갔습니다.”

1957년 6월26일. 부산항 제1부두에서 정부 관료와 수산업 종사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남호의 첫 출항식이 있었다. 윤씨는 참석자들의 격려에 “국가의 지상명령으로 알고 기필코 시험조업에 성공하겠다”고 자신이 했던 말을 지금도 기억한다. 국운을 어깨에 짊어진 비장한 심정이었다는 것.

윤씨는 그러나 “일본 시모노세키항에서 유류와 식품 등을 공급받고 인도양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지만 책에서 배운 것 외에 실제 참치연승 조업은 경험이 없어서 미끼나 낚시 상태가 제대로 됐는지 걱정이 태산같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근해에서 기름까지 떨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같은 해 8월14일 인도양 니코바르제도 해역에서 출항 46일 만에 낚싯줄에 매달려 떠오르는 거대한 생선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한국 원양어업사의 첫 페이지가 장식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총 10t의 어획고를 올린 지남호는 출어한 지 108일 만인 10월4일 부산으로 무사 귀환했고, 부산항에 도착한 생선 중 일부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곧장 경무대로 옮겨지기도 했다. 지남호의 조업 성공은 마땅한 외화벌이가 없었던 당시로서는 국가적인 자랑거리였다.

윤씨는 “선원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술과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며 “그때의 경험이 다음해 남태평양으로 본격적인 상업조업을 나설 수 있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1958년 1월 윤씨는 다시 지남호를 타고 남태평양 사모아 근해로 나가 1년3개월간 100t의 다랑어를 잡으며 원양어업의 역사를 개척해 나갔다.

윤씨는 “고유가, 인력난, 수입자유화 등으로 원양어업이 갈수록 위축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단순히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식량자원 확보 차원에서 정부는 적극적인 원양어업 육성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 김기현기자 ant735@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