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오만’이 부른 人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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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륙 5분 후와 착륙 5분 전을 조심하라.”

항공기 조종사들 사이에 불문율로 여기지는 수칙이다. 하지만 13명의 한국인 관광객의 목숨을 앗아간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도 착륙 5분을 남겨둔 시점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고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사고도 항공기 기체 결함보다는 조종사 과실로 인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을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27일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블랙박스는 사고 직전 30분간의 비행 고도·속도·엔진상태 등 각종 데이터와 교신 내용이 기록돼 있어 사고 원인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 드러난 정황으로 볼 때 사고원인은 기계결함보다는 조종사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시아누크빌 관제탑과 기장과의 교신 내용. 오갑렬 외교통상부 재외동포대사가 27일 프놈펜 현지에서 공개한 교신 내용에 따르면, 시아누크빌 관제탑은 착륙을 준비하던 사고기를 향해 “고도가 너무 낮다”고 경고했다.

공항 활주로까지 약 50㎞를 남겨둔 상황에서 사고기 앞에는 해발 1080m의 보코르 국립공원 산줄기가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었다. 여기에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고 짙은 안개까지 겹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조종사는 “이곳 지형은 내가 잘 안다”고 응답했다. 산 높이를 감안할 때 비행기는 최소 1200m의 고도를 유지해야 했지만 조종사는 악천후 속에서도 관제탑의 경고를 무시했다.

더구나 당시 비행기는 정상 항로마저 이탈한 상태였다. 수색작업이 3일이나 늦어진 것도 시아누크빌로 가는 정상 항로보다 동쪽으로 치우쳐 사고를 당해 비행기를 정상 항로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경근 한서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승객이 탑승한 상태에서는 계기 비행을 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육안으로만 확인하는 시계 비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저가 항공사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조종사 교육이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비행수칙이 안 지켜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 사고 원인이 조종사 과실로 드러날 경우 사고 항공사인 캄보디아 프로그래스 멀티트레이드(PMT)항공의 배상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항공기 관련 사고에서 법원은 외국 항공사 측이 사고 발생 위험을 예견하고도 무모하게 운항한 점이 입증될 경우 피해액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해 왔다.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