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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07년 07월 05일(木)
“서동요는 남녀사랑 ‘훔쳐보기’ 쾌감을 노래”
조규익 교수 ‘풀어읽는 우리 노래문학’ 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밴드
향가 ‘서동요’는 정말 서동(백제 무왕의 어릴 때 이름)이 신라 선화공주를 ‘꼬시기’위해 만들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구애(求愛)의 노래인가? 고려가요 ‘가시리’는 남녀간 이별의 정한(情恨)을 그려낸 노래인가?

국문학자 조규익(숭실대) 교수가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옛 시가들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내리는 책 ‘풀어읽는 우리 노래문학’(논형)을 4일 발간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서동요는 ‘훔쳐보기’라는 성적 일탈의 민중가요이며, 가시리는 피해갈 수 없는 인간존재의 죽음을 향한 ‘넋두리’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고전시가 혹은 전통시가를 세련된 ‘시문학’의 관점에서만 연구하다보니 그 본질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다. 그는 “옛 시가들은 노래였다”며 “시는 시, 노래는 노래이며, ‘그냥 시’와 ‘노래로 불리는 시’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한다. 고대의 옛 노래들은 문학과 음악 혹은 무용이 함께 어우러진 ‘종합예술’의 한 부분이었고, 이것을 인정해야 그 노래를 즐기며 내뿜던 ‘신명’의 정체를 이해할 수 있으며, 미학적 세련성보다는 ‘날 것 그대로의 풋풋함’이 드러나는 당대 삶의 현장에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조 교수는 ‘서동요’와 ‘쌍화점’‘간부가’를 “‘훔쳐보기’의 쾌감을 노래함으로써 당대에 엄존하던 성의 이면사를 예술화한 작품들”이라고 평가한다. 이 중 서동요는 ‘서동설화’를 바탕으로 구애나 구혼의 모티브가 스며 있는 시가라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관점이다. 이 시가는 선화공주와 맛둥방(마장수)이 깜깜한 밤, 은밀한 장소에서 성행위를 벌이는 것을 훔쳐본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여기서 화자(話者)는 대개 마장수와 같은 처지의 뭇총각들이었을 것이다.

조 교수는 “선화공주는 ‘아름다운 여인들’내지 ‘존귀한 여인들’을 환유하는 존재이고, 맛둥이는 개똥이, 소똥이 등 다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라며, 현실에서 언감생심 존귀한 여자들을 쳐다볼 수조차 없는 개똥이들은 상상 속에서나마 선화공주를 등장시켜 성행위를 벌이게 했고, 그것을 몰래 훔쳐봄으로써 성적 욕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특별한 신앙도 없고 자연의 이법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의식조차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죽음은 견딜 수 없는 형벌이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지혜를 찾았는데 그 중 하나가 ‘넋두리’이며 이는 이 땅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고 조 교수는 말한다. 조 교수는 그런 차원에서 ‘공무도하가’와 ‘가리시’‘원부가’ 등이 진혼과 함께 삶의 비극을 통해 죽음의 절대성을 경감시키는 넋두리이며 그 계보는 현대에 김소월의 ‘초혼’과 ‘진달래꽃’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는 이밖에도 ‘장진주사’‘관동별곡’ 등 우리에게 익숙한 시가들에 대한 새로은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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