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에 보낸 헐버트 서한 첫 공개

대한제국의 국권 회복을 위해 일제에 맞서 싸우다 강제 추방까지 당했던 호머 헐버트(1863~1949) 박사의 58주기 추모식이 열린 3일 고종 황제가 헐버트 박사에게 보낸 친서와 헐버트 박사가 이승만 박사에게 보낸 서한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헐버트 박사 58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외손녀 주디 애덤스(85) 여사가 이 서한들과 사진 등 헐버트 박사의 유품을 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회장 김동진)측에 전달했다.

기념사업회 측에 따르면 고종 황제는 일제에 의해 강제 퇴위된 이후인 1909년 1월 헐버트 박사에게 보낸 친서에서 “조카인 조남복이 미국 YMCA에 연수를 갔다. 헐버트 박사가 (당신의) 아들처럼 잘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친서는 앞면에는 붓글씨로 쓰인 한자로 돼 있으며 뒷면에는 같은 내용이 영문으로 타이핑돼 고종 황제의 도장이 찍혀 있다.

친서 발신지는 한자로는 퇴위한 고종 황제가 머물던 ‘경운궁에서’, 영문으로는 ‘retired emperor’로 각각 표기돼 있다.

또 헐버트 박사가 1948년 12월 이승만 당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도 공개됐다.

1907년 일제에 의해 추방돼 미국에 머물던 헐버트 박사는 이 서한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하는 한편, “아내가 와병중이어서 한국을 방문할 수 없다. 다음 기회에 가겠다”고 썼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헐버트 박사에게 한국 방문을 초청한 데 대한 답글로 보인다.

헐버트 박사는 또 서한에서 자신은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는 한국 땅에 묻히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 헐버트 박사는 1949년 7월29일 우리 정부의 초청으로 8·15 광복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다 일주일 만인 같은 해 8월5일 86세를 일기로 서거, 고인의 뜻에 따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안장됐다.

애덤스 여사가 이날 기념사업회 측에 기증한 헐버트 박사의 유품은 이들 서한을 포함해 헐버트 박사가 미국에서 발행한 ‘한국평론(The Korea Review)’ 원본, 헐버트 박사가 자녀와 찍은 사진 등 30여점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m